[기자수첩]황우여 '대학무상교육'의 데자뷰

[기자수첩]황우여 '대학무상교육'의 데자뷰

최중혁 기자
2014.09.25 06:07

"대학등록금을 유상으로 할 것인지, 무상으로 할 것인지 국민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차이던 2011년 5월,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갑작스럽게 밝힌 내용이다. '등록금 부담 완화' 정도가 아니라 대학 무상교육의 의지를 내비치면서 당시 취재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영·유아,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실현되지 않은 나라에서 갑자기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하겠다고 하니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집권당 원내대표의 일성이니 가볍게 듣고 흘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사전에 조율된 게 전혀 없다. 우리도 처음 듣는다. 너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그 때 그 발언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당정청을 통해 수소문해 봤다. 결론만 얘기하면 대학 무상교육은 황 대표의 평소 소신이었고, 당정간 충분한 논의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즉흥적으로 발표됐다는 게 요지였다.

대학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황 대표의 갑작스런 발언은 부정적인 면이 더 컸다. 대학과 대학생들에게 헛된 기대를 품게 해 정부의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렸고, 국론을 분열시켰다. 대학을 졸업해 누리게 되는 혜택은 오롯이 개인의 몫인데 왜 서민들의 세금이 투입돼야 하느냐는 불만이 강하게 표출됐다. 선진국의 연구결과로 봐도 교육재정 투입의 효과는 나이가 어린 영·유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 당시 정부가 안간힘을 쓰던 '고졸취업 활성화'와도 배치되는 정책이었다.

세월이 흘러 황우여 대표는 황우여 장관이 됐다. 교육부 수장을 맡은 뒤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대학 구조조정 방향 전환 등을 얘기했다. 교육부에 "내부적으로, 대외적으로 조율된 거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아니오"였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나 대학 구조조정 방향 전환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긍정적인 영향이 큰 정책이다. 다만, 장관의 소신을 정책의 완성단계처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문제다. 대학 무상교육의 '데자뷰'로 느껴지는 것이 비단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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