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투육아 서현정 작가

"도대체 엄마한테 왜 그래?"
요즘 엄마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이와 단둘, 혹은 셋이 남아 종일 씨름을 한다. 깔깔 웃으며 신나게 밥그릇을 던지는 아이를 잘 달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고 소리를 지르고, 아이의 절절한 울음소리에 자신도 눈물을 쏟고 마는 것이다. 서현정 작가는 그런 상황을 '낮버밤반(낮에 버럭하고 밤에는 반성한다)'고 표현했다.
최근 엄마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인터넷 블로그 운영자이자 육아책 '전투육아'의 작가 서현정씨(34, 닉네임 '육아요정엔즈')를 만나봤다. 평범한 주부의 모습,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왔다고 말하는 서 작가의 모습은 이 시대 보통 엄마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이 전투육아라고, 아이와 험악하게 싸우냐고 묻는데…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전투죠."
서 작가는 '전투육아'라는 이름에서 아이와의 격렬한 육아, 전투적으로 아이를 교육시키는 이미지를 혹시 독자들이 연상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 스스로의 화를 못 이겨서 전쟁 같은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며 "결국 육아는 아이가 아닌 엄마 내면과의 싸움"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 전투육아는 기존 육아책과는 다르게 정보위주가 아닌 철저히 엄마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책이다. 서 작가는 "큰 애가 다섯 살, 작은 애가 세살로 아직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전문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엄마들이 서 작가의 책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내용은 지극히 평범한 제 일상 이야기죠. 엄마들이 카페에 모여 수다 떨 때 나올법한 이야기요. 그게 수면 위로 떠오른 것뿐인데, 본인들의 이야기를 시원하게 긁어주니 그만큼 공감을 받은 것 같아요."
실제로 2010년 전투육아 블로그를 개설해 4년이 된 지금 블로그는 엄마들의 커뮤니티로 바뀐 지 오래다. 서 작가가 따로 정보를 주지 않아도 블로그를 통해 질문하고 답변하며 정보를 얻어간다.
"엄마들은 컴퓨터를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거든요. 컴퓨터라도 켠다 싶으면 아이들이 달려와 안겨요. 겨우 아이들 재우고 블로그를 볼 수 있는 수단은 스마트폰 뿐이죠. 그래서 저도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를 운영해요."
대한민국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육아의 어려움, 지친 엄마들에게 일상 속 작은 '웃음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는 서작가. 그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빠 없이 애를 키우지 않는가"라고 한탄했다. 잦은 야근에 일에 치였다가 집에 돌아오면 피곤에 지쳐 잠드는 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한숨 쉰다. 그러면서 "아빠들도 안타까운 것이 자식들 크는 것을 엄마의 입으로만 전해들을 수 있다"며 "부모들도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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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엄마들은 정기검진 받으러 산부인과 병원 가는 것조차 즐거워해요. 나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갖고 싶은 거죠. 병원 대기실에 앉아서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는 다른 엄마들 보면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웃음 짓죠."
결혼하고 첫째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그도 번듯한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세종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전공하고 본인 이름으로 학원을 개설해 입 소문도 나서 나름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임신 후 아이를 낳고 원을 운영하기에는 현실이 녹녹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도 '전업주부'의 길로 돌아선다.
"참 우울했어요. 열심히 대학에서 전공 공부도 하고 졸업전시회 준비도 치열하게 했는데, 부모님도 저한테 투자한 것이 얼마나 많겠어요. 다 펼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하셨죠."
이어 "잠재적인 능력을 가진 엄마들이 사회에는 얼마든지 있다"며 "그 능력 있는 엄마들이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됐을 때 직장을 구하러 나서도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뭣 몰랐던 어린 시절에는 파트타임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파트타임 업무 수도 늘려줬으면 하는 거죠. 부모님이나 일하는 남편에게 눈치도 보여서 일거리를 찾아보면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어요."
또한, 그는 "아이를 낳기 전에 우선 아이에게 드는 '돈'을 먼저 계산하는 것이 대한민국 부모들의 현실"이라며 "아이를 키우는 것은 희로애락의 극을 전부 맛볼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인데 현실적인 '걱정'으로 겁을 주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 작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돌아서며 그는 모처럼 밖에 나왔으니 아이들을 위해 '전리품', 샌드위치를 사야 한다고 종종걸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