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금지’가 ‘동성애 찬성’으로 비화… 비난 여론에 결정 뒤집은 서울시

‘차별’과 ‘반대’는 다른 개념이다. 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차이를 두어 구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차별받는 대상이 나보다 못하다는 ‘불평등’이 깔려있다. 반면, 반대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를 뜻한다. 여기엔 싫지만 최소한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
예컨대 한 인사담당자가 “난 여성채용자가 싫다”고 말한다면 그건 단순히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인사담당자가 “난 여성채용자가 싫으니까 남성보다 채용점수를 적게 주도록 하자”라고 한다면 그건 차별이다. 반대에는 좋든 실든 평등한 위치에서 공존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반면, 차별에는 불평등 받아야 마땅하며 그래서 구별돼야 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격리해도 좋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최근 제정되려다 무산된 서울시민인권헌장에 포함하려했던 조항도 “동성애를 찬성한다”가 아닌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대다수가 동성애를 싫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각종 불이익을 주고 사회에서 격리해야 마땅한 집단으로 규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 헌장에 이 조항을 포함하려 한 이유였다.
하지만 이 조항은 금세 ‘동성애를 찬성하는 것’으로 비화돼 삽시간에 논란으로 번져갔다. 서울시청 신청사 옆에선 집회가 끊이질 않았고, 에이즈에 대한 우려와 자녀 교육을 필두로 하는 비판 여론이 날이 갈수록 커졌다. 서울시는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동성애 찬성’ 조항으로 왜곡된 채 이어지는 비판에도 그 어떤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시는 비난여론을 인식해 시민위원들이 지난 8월부터 6차례, 수십시간의 회의를 통해 만든 서울시민인권헌장을 한순간에 뒤집었다. 당초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그래서 헌장 이름도 ‘서울시민인권헌장' 이었다. 그런데 지난 28일 마지막 회의 때 서울시는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며 제정 순간에 결정권을 행사했다. 만드는 건 시민을 시켜 명분을 세우고, 정작 결정은 서울시가 하는 모양새가 됐다.
더 안타까운 점은 서울시민인권헌장 전체가 ‘동성애 찬성법’으로 둔갑하는 바람에 여기에 포함된 모든 서울시민들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사장됐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에는 성적지향 뿐 아니라 성별·종교·나이·장애·학력·병력·직업 등 19개 조건에 대해 차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성적 지향에 대해서만 여론이 쏠리고 논란이 되는 바람에 다른 조항까지 제정이 무산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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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위원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의 가치에 대해 “추상적 권리들이 내 삶과 일상 속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서울시가 헌장 내용을 제도와 정책으로 구현한다는 ‘실질적 이행’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 차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 차별 받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서울시민인권헌장에 대해 동성애 차원이 아니라, 좀 더 폭넓게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