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의 기본적인 틀을 '시험에 의한 선발'에서 '교육에 의한 양성'으로 바꾼 전면적인 개혁이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정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를 전제로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한 후 오랜 기간 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폐지를 목전에 둔 지금에 와서야 갑자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이르기까지의 그 동안의 치열한 논의는 물론, 합의정신과 도입취지 자체를 완전히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사법시험 존치 법률안을 끊임없이 발의하고, 이를 위한 공청회 등을 여는 것은 국가의 미래보다는 특정 이익단체나 집단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반개혁적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법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일부의 이익만을 대변한 즉흥
적인 주장인 이런 개정법률안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
개정법률안은 굳이 법률 개정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내용들을 열거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개선해 안착시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하지만 사법시험에 대한 빗나간 향수를 자극해 이를 존치 주장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포기하자는 맹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쪽은 로스쿨의 등록금 등이 전반적으로 높은 탓에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꾸준히 문제 삼는다. 그러나 로스쿨은 실질 등록금이 학부 등록금보다 저렴한 곳도 많다. 로스쿨에서는 등록금 대비 36.2%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액장학금과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소득분위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23개교(재적생 5340명)를 보면 절반 이상인 3320명(62.2%)이 장학금을 받으면서 법조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가 246명(4.6%), 소득분위 1분위 743명(13.9%), 2분위 256명(4.8%), 3분위 187명(3.5%),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소득분위 1~6분위까지 인원은 총 1850명으로 34.6%나 된다. 대부분의 로스쿨은 소득 5분위 이하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고, 6분위는 등록금의 80%, 7분위는 60%, 8분위는 40% 순으로 장학금 혜택이 돌아간다.
오히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들이 신림동 고시촌에서 생활하면서 매월 교재비, 학원비, 숙식비, 생활비 등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로스쿨처럼 각종 장학금이나 정부가 보조하는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에서는 어떤가.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보다는 사법시험에 매달려 교육이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응시횟수에도 제한이 없어 소위 '고시낭인'이 속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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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강조하지만 로스쿨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도입됐다. 이에 부응해 사법시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상황에서 관련 의안을 발의하는 것은 합의 정신에도 반하고 국민적 혼란과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세계적인 법률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법조인이 되기에 진입장벽이 낮은 쪽은 누가 봐도 사법시험보다는 '로스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과 '사다리'를 내세우면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와 원칙을 져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