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수업 듣고 학교에서 숙제 한다고?" '거꾸로 교실' 현장을 가다

"집에서 수업 듣고 학교에서 숙제 한다고?" '거꾸로 교실' 현장을 가다

대구=이미호 기자
2016.03.22 16:38

[르포]기존 '교실 개념' 뒤집는 대구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거꾸로 교실' 수학시간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제공=교육부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거꾸로 교실' 수학시간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제공=교육부

"자 그럼 이제 친구들과 함께 풀어보세요."

봄 기운이 완연한 22일, 대구 중구에 위치한 경북대사범대부설중학교 2학년 수학시간. 학생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풀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숙제'였다. 내용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지수법칙.

하지만 수학교사인 허태녕씨는 직접 문제를 풀지 않았다.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지켜보다가,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만 가서 조언해줬다. 선생님이 써 놓은 글씨로 빽빽하게 차 있어야 할 칠판도 깨끗했다.

학생들은 이미 집에서 컴퓨터 동영상으로 교과 내용을 학습해 온 상태. 교실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대답하느라 이내 떠들썩했다.

수업을 함께 참관한 한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많이 시끄럽죠? 우리들이 없으면 아마 더 할겁니다"라고 귀띰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수학시간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엎드려 자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경북대사범대부설중의 '거꾸로 교실(플립러닝·Flipped Learning)' 현장이다. 플립러닝은 지난 2009년, 미국의 한 시골학교가 시작한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선진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말그대로 기존의 교실 개념을 완벽하게 뒤집은 것. 플립러닝은 강의식 수업과 과제를 축으로 하는 주입식 교육과 달리, 동영상에 의한 사전 예습과 말하기 중심의 자발적 수업 참여를 핵심으로 한다.

예전에는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서 숙제를 했지만, 거꾸로 집에서 미리 들은 강의를 학교에서 복습하고 숙제를 통해 익힌다. 교사도 교과내용을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거나 심화된 학습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날 거꾸로 교실에 참여한 임서영 학생(13)은 "일단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수업시간에 잠이 안 온다는 거에요. (웃음) 모르는 거 물어보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니까 교우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고,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실력차이가 크게 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활동위주로 하다보니까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라고 말했다.

경북대사범대부설중은 2012년부터 교사들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탈피하고 학생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교실 수업 개선 지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 2년간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하면서 교과별로 교육과정을 전면 재구성해 주목받고 있다. 거꾸로 교실 뿐만 아니라 도형·기호·이미지·색상을 활용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협업적 문제해결학습(PBL)'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한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대구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토크콘서트'에 참석, 교실 수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총리는 "학부모 2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가 넘는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제를 계속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 교육이 수요자 중심으로 간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이미 자유학기제를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다. 만약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풀이를 하면 이젠 학생들이 가만히 안 있을 거다. 이런게 고등학교까지 확산되면 대학교육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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