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민사소송 제기할듯… "강남 재건축 본격화땐 분쟁 빈발할 수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적절한 이격거리'를 놓고 학교와 강남구청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를 우려해 이격거리를 10m 이상 확보해달라고 요구한 반면, 4.2m로 사업시행 인가를 내 준 강남구청은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측은 사실상 민사소송에 나설 태세다.
◇재건축 전보다 더 좁아져 "학습권·사생활 침해"…학교측, 민사소송 준비중
중동중학교 일부 학부모들과 교원들로 구성된 '래미안 루체하임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한 교육환경파괴방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학교대지경계선에서 최소 10m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건축 이전 5층 아파트일 때 이격거리가 9~15m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 들어설 15~24층 아파트와는 최소한 1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격거리는 2014년 10월 사업시행인가 확정 당시 약 3~6m였다. 이후 2015년 8월에 변경인가가 나면서 최소근접거리가 4.2m로 결정됐다. 재건축 이전보다 줄어든 셈이다. 비대위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및 아파트 입주민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다. 새로 들어설 101~103동(15~24층)과 맞닿는 부분에는 음악실과 과학실 등이 있고 조만간 급식실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성호 중동중 교무부장은 "사업 전에도 주민들로부터 음악소리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 음악실 내부에 방음벽을 설치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이격거리가 더 좁아지면 불만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조권 침해도 우려된다. 비대위는 오전 8시부터 9시반까지 음영이 학교 백주년기념관과 교실 일부를 가린다고 주장했다. 또 5층 높이로 세워지는 차음벽에 따른 음영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중동중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박모씨(41·여)는 "아파트 단지 간 거리가 12m라고 알고 있는데 학교와 5m 정도 더 떨어지라는게 그렇게 어려운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차피 자녀들이 다닐 학교인데 보다 장기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훈 서울시교육청 인권센터 변호사는 "학생인권 차원에서 보면 학생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권리를 명백히 침해받고 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학교측은 사실상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교무부장은 "단대부고의 학교재단인 단국학원이 청실아파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 소송을 해 승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민사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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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하자' 없다는 강남구청…학교측, 사실상 소송 준비
사업시행인가조건을 내준 강남구청은 이격거리와 일조권 모두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은 건축선(대지와 도로의 경계선)으로부터 3m 이상 이격(대지안의 공지기준)하도록 돼 있다. 또 일조권의 수인한도를 보면 연속으로 4시간 이상 햇빛을 받으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이격거리 관련)학교와 가장 인접한 동의 이격거리가 4.2m로 '3m 이상'이라는 법적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더 떨어져야 할 근거는 없다"면서 "학교와 접하는 부분은 신축 아파트 창문쪽이 아닌 측벽이다. (학교와) 정북방향이 아닌 동서방향으로 있어 일조권 침해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삼성 래미안 루체하임'은 기존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3.3㎡ 평균 분양가는 3700만원대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워낙 단가가 비싸서 최대한 많은 단지를 확보하려고 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인가가 난 사업을 어떻게 바꾸겠느냐"라고 말했다.
학교측 입장을 대변해야 할 서울시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측에서 이격거리가 좁아진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이는 조합측과 협의할 사항"이라며 "교육청에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강남 재건축발(發)' 학습권 침해 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건욱 법무법인 대지 대표변호사는 "강남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변 학교와 시행사 간 분쟁이 빈발할 수 있다"며 "법률이 아닌 일반적 통념에 근거해 학교주변 건물에 대한 사업승인을 냈다가 취소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통상 학습권과 재산권이 충돌하는 경우 소송으로 넘어가기 전 양측이 보완시설을 갖추는 등 중재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