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학교 밖 유령청소년 (上)

지난해 미성년자인 학교 밖 청소년이 10만명당 86명(1163명당 1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밖 청소년의 자살 위험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보다 18배가량 높지만 상당수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26일 머니투데이가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가데이터처를 통해 입수한 시도별 초·중·고교 학생 자살자 수와 연령별 자살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살한 5~19세 학교 밖 청소년은 1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19세 자살자 중 재학생 자살자를 제외한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 자살자는 △2020년 169명 △2021년 142명 △2022년 143명 △2023년 156명 △2024년 151명 △2025년 155명으로 청소년인구 감소에도 크게 줄지 않고 최근 6년간 평균 152명에 달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의 자살위험은 재학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절대적인 자살자 수는 재학생이 6년간 평균 203명으로 학교밖 청소년보다 많지만 모수가 크게 차이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17세 학교 밖 청소년은 18만694명으로 추정된다. 같은 연령대 학교 재학생은 505만104명이다.
학교 밖 청소년과 재학생 규모를 고려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산출하면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은 85.8명, 학교 재학생은 4.8명이다. 학교밖 청소년의 자살률이 재학생과 비교해 17.9배 높다. 다만 학교 밖 청소년 규모는 6~17세 학령인구를 기준으로 산출된 반면 자살자 수는 5~19세를 대상으로 집계해 정확한 자살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청소년 심리부검' 대상에 학교밖 청소년도 포함해 자살 원인을 심층 분석할 계획이다. 그러나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심리부검을 위해선 부모와 가족, 교사 등 고인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과 심층 면접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를 떠난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 학교밖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면 성평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학업 지원과 상담, 식사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난해 어떤 형태로든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은 청소년은 약 4만명에 그쳤다. 나머지 14만여명은 거주 위치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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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학교를 떠난 청소년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학교를 떠나는 순간 행정적으로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학교 밖 청소년의 자살 문제가 심각한데도 국가 차원의 대응과 관리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 인구 감소에도 학업을 중단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학업 중단 이유, 전체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 학업중단 후 생활 및 심리적 상태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2년마다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 단기쉼터 등 6개 '기관에 있는' 청소년만 대상으로 해 문제의 심각성이 과소추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센터에 연락처 자동 연계돼도 6개월 뒤 '파기'
26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밖 청소년(6~17세)은 18만694명으로 5년 전인 2021년 대비 24% 급증했다. 교육부는 매년 '학업중단 학생 규모'는 공개하지만 해당 연도에 '누적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어 연구원 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추정 인원은 주민등록인구현황 청소년 인구에서 외국인 청소년 순입국자를 더하고, 재학 중인 학생수와 내국인의 순출국 규모를 뺀 것이다. 추계에 사용되는 행정안전부, 교육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의 자료 출처 기준과 시기가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집계가 어렵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은 금세 사회적 안전망에서 사라진다. 2021년 법 개정으로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면 개인 정보가 성평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지원하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로 의무적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당사자가 센터의 연락을 거부하면 서비스를 연계하기 어렵고, 6개월 이내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개인정보를 즉시 파기해야 한다. 실제 학업중단 학생들은 모르는 전화번호에 대한 경계심, 공교육에 대한 실망 등으로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222곳의 이용자는 연간 4만명 안팎으로 학교 밖 청소년 추정 규모의 22%에 불과하다. 2023년 '청소년실태조사'에서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이용 경험은 13~18세에서 20.7%에 그쳤다. 최근에는 학업 준비를 이유로 자퇴를 하는 경우도 많아 단순히 이용률이 높다. '적다'를 논하기엔 어렵지만, 사회 지원 체계에서 고립된 청소년 규모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학업 중단의 원인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학교급 중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고등학교는 지난해 자퇴(2만6565명) 중 '기타' 사유가 1만9070명으로 71.8%에 달한다. 부적응이 3710명(14%), 해외출국이 2046명(7.7%)이다.
남신동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학업중단이 대부분 자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구체적 사유가 특정되지 못한 '기타' 항목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기타'라는 블랙박스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규명하는 일이 청소년 학업중단을 막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살충동 높지만 지원 인력 부족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은 일반 학생들보다 자살 충동이 더 높아 심리·정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5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의 자해 시도 경험' 응답률은 약 16.2%였다. '지난 12개월 동안은 없었지만, 그 이전에 있었다'는 응답 비율도 18.7%에 달해 약 35%가 자해 경험이 있는 셈이다. 최근 12개월 동안의 자살생각률은 21.1%, 자살시도율은 7.8%였다. 자살 생각 이유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24.3%로 가장 많았고, 가족 간의 갈등(불화·폭력·학대)이 21%로 뒤를 이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는 심리·정서 평가를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 상담센터를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불안과 우울도가 높은 청소년들이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문 상담센터 연결 시 청소년이 실제 방문을 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상담 내용을 공유할 수도 없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이용자 대상 연령도 9~24세로 범위가 넓어 센터 실무자가 연령별로 적절히 대응을 하기 어렵다. 실무자 1명 당 담당하는 청소년도 50~60명에 달한다.
김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기관 이용을 하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은 모집단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조사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를 그만두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적 관계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어 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심리사회적 지원과 진로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협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과장도 "학교 밖 청소년들은 당장 심리적 개입이 필요한 사례가 많은데 센터가 상담 전문 기관이 아니다보니 관련 인력이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심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