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변 순천 황전주민 눈물
시청 공무원·군부대 등 복구 구슬땀…진척 더뎌

(순천=뉴스1) 지정운 기자 = "과수원은 온데간데없고 굵은 자갈만 가득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일구신 터전으로 귀농하려고 공들여 온 곳인데 이번 홍수에 온통 다 떠내려 갔어요."
전남 구례군과 경계를 이루는 전남 순천시 황전면 지역에서도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곳은 섬진강 본류를 사이에 두고 약 4㎞에 걸쳐 구례군과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이번 섬진강 범람의 무서움을 직접 체험한 곳이다.
12일 오전 섬진강변 솔밭가든에서는 제복을 입은 군인들과 순천시청 공무원, 굴착기 1대가 집 앞마당에 쌓여 있는 진흙과 돌덩이, 물에 젖은 가재도구 등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식당 입구의 멋들어진 홍송은 허리까지 누런 황토물 흔적이 남았고, 나무 줄기에는 치맛자락 같은 쓰레기가 걸렸다.
식당으로 진입하는 도로의 아스팔트 약 20m가 중간에 싹둑 잘려 2m 아래의 강변 자갈밭위로 떠내려간 모습도 보였다.
주변에는 성난 물결에 파인 지반이 그대로 드러나 이곳에 과거 매실과 사과 등이 재배되던 과수원이었던것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식당 내부에서 한창 청소에 열중하던 주인 황옥현씨(58·여)는 "이번에 식당과 집 건물 3채가 물에 잠겼고, 집 근처에 아버지가 일구어 놓으신 매실 과수원 등 4000여평이 물에 쓸려 자갈밭으로 변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불어난 강물에 농기구는 물론 장사도구 등이 모두 떠내려갔고, 그나마 무거운 경운기는 집 뒤에 뒤집혀 있다"며 "예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홍수가 있기 전 이곳을 떠나 서울에 다녀왔는데, 그때에 물이 밀려내려왔다"며 "만약 이곳에 있었다간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솔밭가든에서 1㎞ 하류에 있는 한 가든에서도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마당에 들어간 소형 굴착기가 연신 두껍게 쌓인 진흙을 긁어 내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순천시청 공무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가재 도구를 물에 씻어내고 있었다.
독자들의 PICK!
이 식당 주인 박순애씨(64·여)는 "7일밤부터 강물이 차올라 한숨 못 잤고, 8일 새벽에 잠깐 수위가 내려가 싶더니 갑자기 30분도 안돼 온집에 강물이 흘러들었다"며 "얼마니 급했는지 암으로 투병하는 남편 약도, 집 열쇠도 못챙겨 나왔다"고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가게 지하실 3칸과 1층이 물에 휩쓸리며 대형냉장고 7개와 에어컨 4대가 모두 못쓰게 됐다"며 "그나마 사위와 아들, 공무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줘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홍파 황전면장은 "8일 오전 홍수경보에 이 일대 가옥과 상가 40여곳의 주민 100명 정도를 긴급 대피시켰다"며 "물이 빠진 9일부터 순천시청과 황전면 지역 자원봉사자, 군부대 등이 투입돼 복구를 하고 있지만 워낙 피해가 방대해 언제 복구가 완료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10일 이 지역을 둘러본 소병철 국회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구례와 같은 섬진강 수계인 이곳도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