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변호사

(춘천=뉴스1) = 모두를 경악케 했던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됐다.
그 피고인들 각각에 대해서 개별적인 범죄사실만을 기준으로 유죄가 인정된 것이 아니라 형법 제114조에 따른 범죄단체 조직죄가 인정됐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범죄단체 조직죄 처벌은 공공의 내적 안전 또는 공공의 평온을 그 보호법익으로 삼는다.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거나 그에 가입했다면 범죄가 성립한다.
목적으로 삼은 범죄의 실행에까지는 설령 이르지 않았더라도 범죄단체 조직죄는 여전히 유죄다.
대법원은 올해 8월, 무등록 중고차 매매상사를 운영하면서 피해자들을 속여 중고차량을 불법으로 판매함으로써 돈을 편취할 목적, 즉 사기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할 목적으로 대표, 팀장, 출동조와 전화상담원 등의 역할을 분담한 결합체를 조직한 경우가 형법 제114조가 정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은 ‘단체’와 ‘집단’ 개념을 구분해 두고 있는데, 대법원은 법에서 명시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란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도 없고,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춤으로써 구성원들이 역할분담에 따라서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면 족하다고도 판단했다.
적극적으로 ‘단체’를 구성한 것은 아니라도 범죄집단 개념에 포섭될 수 있는 경우란 충분히 상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 구성·가담한 조직이 존재했었던 것임을 인정했다.
피고인 중 1인이 실제로는 가상화폐를 제공하지도 않고서 다른 피고인들을 속였다거나, 1인이 그 범행을 단독으로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그 피고인들 전원이 반드시 합세하고 참여했어야만 그 범행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 해도, 범죄집단의 성립 인정에 아무런 장애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그래서 주범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40년, 전자장치 부착 30년 등의 매우 엄중한 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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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이 사건 이후로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종전에는 법조문 상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부르던 것을 이제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라는 용어로써 지칭하게 됐다.
그 행위가 위법·부당한 착취임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시청했다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성폭력처벌법에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처벌조항도 신설돼, 협박의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그리고 그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랐고, 조직적 악행임을 확인해 중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도 있었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디 새해에는 마음 아픈 피해소식들을 더는 듣지 않게 되기를. 성폭력 근절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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