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막아선 지역혁신]②전남 영암

지난 17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영암군보건소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아기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진료실 앞엔 아이를 안고 진료를 기다리는 엄마가 보였고, 곧이어 엄마 손을 잡고 다른 손엔 과자를 쥔 아이도 들어왔다. 보건소에 모여있던 어른들은 이전엔 상상도 못했다며 아이 울음소리가 영암엔 '축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암은 고향사랑기부제(기부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지 않은 지역에 기부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모아 주민 복리에 사용하는 제도)를 통해 모인 고향사랑기부금만으로 보건소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유일한 지방자치단체다. 20년만인 지난 8월19일 영암군보건소(영암읍)와 삼호보건지소(삼호읍)에 소아청소년과를 개소하고 격일로 평일 내내 진료한다. 전문의 1명과 전담간호사 1명이 상주하는데 소아청소년과 진료뿐만 아니라 영유아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등도 가능하다. 현재 영암군보건소의 경우 하루 15~20명, 삼호보건지소는 10명 정도의 소아·청소년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찾는다.
소아청소년과 운영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겠단 영암군의 혁신 의지가 담겼다. 영암군의 소아청소년(0~18세) 인구는 △2021년 7455명 △2022년 7043명 △지난해 6502명 △올해 6049명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 지난해 187명이었던 출생아 수도 올해 11월 기준으로 160명 정도로 줄었다.
무엇보다 소아·청소년의 의료 공백은 심각했다. 영암군 내에 있는 병·의원엔 소아청소년과가 없어 전문적인 진료가 불가능했다. 인근 지역에 있는 병원을 가려면 전남 나주까지 편도 45분, 목포까지 47분, 광주까지 65분 등 이동시간에 대기시간까지 하면 2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까지 걸린다. 특히 주말을 이용해 병원을 가도 긴 대기 시간과 환자들로 충분한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날 보건소를 찾은 곽수진씨(29세)는 "나주로 (병원을) 다닐 때 편도 30~40분 거리라 불편했는데 이젠 5분도 안 걸린다"며 "오늘도 아이가 아픈 건 아닌데 의사선생님께 물어볼게 있어 진료를 보러 왔다"고 설명했다. 예방접종을 위해 6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온 배소영씨(36세)도 "이전엔 왕복 2시간씩 걸려서 병원을 갔는데 지금은 너무 편하게 다닌다"며 만족해했다.

영암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약 4개월 동안 보건(지)소의 진료실적은 약 1210건에 달했다. 세부적으론 일반진료 765건, 처치 5건, 예방접종 440건 등이다. 특히 0~5세 진료 건수는 541건으로, 6~10세(380건), 11~18세(289건) 등 다른 연령대보다 이용건수가 훨씬 많았다. 저렴한 진료비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실제로 단순 처방은 500원, 처치를 받으면 1100원만 내면 된다. 건강보험을 납부하지 않는 외국인 치료비도 약 5000원 정도다. 영암군의 소아청소년과는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개최한 '2024년 인구감소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영암군은 앞으로 군내에 공공산후조리원 건축을 위해 제3호 고향사랑 지정기부 '영암 맘(mom) 안심 프로젝트 시즌2:공공산후조리원 건축비' 모금도 진행 중이다. 2억2000만원을 목표로 한 이번 모금은 영암군이 2026년 12월 준공 예정인 군립 공공산후조리원 건립비 53억원 중 일부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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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희 영암군수는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국민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모두가 도시로 나가서 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료 소외 지역에도 필수적인 기반은 마련해줘야 한단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