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다닥다닥' 달동네에 청년들 몰렸다...빈집 채운 '연결'의 힘

낡은 집 '다닥다닥' 달동네에 청년들 몰렸다...빈집 채운 '연결'의 힘

부산=김승한 기자
2026.05.03 10:00

[로컬의 재발견, 삶을 바꾸는 연대]②부산 '공공플랜'

[편집자주] 양극화와 지방소멸 등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을 아우르는 '사회연대경제'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사회연대경제가 가치창출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부산 동구 아바구마을. /사진제공=공공플랜
부산 동구 아바구마을. /사진제공=공공플랜

부산 동구 산복도로 끝자락에 위치한 이바구마을. 한때 사람이 떠나고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달동네였지만, 지금은 청년이 모이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붉은 모노레일이 가파른 골목을 가로지르고 층층이 들어선 알록달록한 집들 사이로 카페와 공방, 작은 상점들이 이어지며 활기가 돌고 있다.

이 변화의 출발점에는 '연결'이 있다. 공공 디자인 기업 '공공플랜'의 이유한 대표에게 이곳은 낯선 동네가 아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할아버지 집이 있던 자리다. 지난달 24일 만난 이 대표는 "지금 이바구마을 건물 중 하나가 원래 할아버지 집이었다"며 "세월이 지나 다시 와보니 주민들이 운영하는 거점시설로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공간들이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벽화마을 조성 작업을 계기로 다시 이바구길과 연결됐다. 관광지로 바뀐 골목은 활기를 되찾은 듯 보였지만, 실제로 머물러 사는 청년은 많지 않았다. 그는 "지역이 지속되려면 결국 사람이 살아야 한다"며 "특히 청년이 정착하려면 일자리와 지역과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한 공공플랜 대표.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이유한 공공플랜 대표. /사진제공=행정안전부
빈집 골목에 들어온 청년들

이바구마을의 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골목의 변화는 단순한 창업 활성화를 넘어선다. 빈집이던 공간은 식물 카페와 공방, 식당, 체험형 매장으로 바뀌었고, 청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동네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조경업을 하다 이곳에 '피피비' 카페를 연 한 청년 대표는 "지역과 인연이 닿아 창업까지 이어졌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이 늘고 동네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주얼리 공방 '메종랑오르'를 운영하는 또 다른 청년 대표도 "처음에는 낯선 동네였지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정착을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골목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사회연대경제 방식이 있다. 공공플랜은 유휴공간을 단순 임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자원과 사람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다. 청년 창업자에게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고, 주민과 상권, 방문객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방식이다.

창업 교육 프로그램 '꿈깨'와 지역 정착 프로그램 '꿈꿔'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가게를 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 대표는 "아이디어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연결"이라며 "사람과 사람, 지역과 사람이 이어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
'연결'로 만든 삶의 공간, 남은 과제는

과제도 분명하다. 카페와 체험형 공간은 늘었지만 생활 기반이 되는 상권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방문객이 머무르기보다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골목 전체로 소비가 확산하는 구조도 제한적이다.

이 대표는 "청년 정착을 이야기하면 결국 수익 문제로 이어진다"며 "일자리가 없으면 어떤 연대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바구마을은 아직 완성된 모델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변화는 시작됐다. 빈집은 다시 사람을 맞이하고, 낯선 청년은 이웃이 되고 있다. 관광지였던 골목은 삶의 공간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청년들이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꾸려갈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싶다"며 "이곳에서 그 가능성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달동네에 켜진 불은 단순한 상권의 변화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며 만들어낸, 삶의 방식 변화였다.

카페 '피피비'.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카페 '피피비'.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아바구마을. /사진제공=공공플랜
아바구마을. /사진제공=공공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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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김승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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