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종이란 '남의 명령이나 의사를 그대로 따라서 좇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공무원에 관한 기본법인 국가공무원법은 제57조에서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됐으니 복종의 의무가 생겨난 지도 올해로 76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상관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었으나 1963년 개정 당시 이마저도 사라졌다.
'복종의 의무'는 일제 강점기와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명령·통제시스템'으로 굳어진 우리의 행정체계를 대변한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일정한 역할을 했지만 시대가 바뀐 오늘날 오히려 공직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복잡한 사회문제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공무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능동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거나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상명하복에서 벗어나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서 일하는 것은 공무원의 정체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정의하면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대화와 토론은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단순히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역할을 넘어, 국민의 요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가 돼야 한다. 공무원이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상관의 명령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여야 한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복종의 의무를 삭제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5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상관의 적법한 권한에 근거한 지휘와 감독은 여전히 인정하면서도, 공무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하급자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서는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라는 헌법적 가치를 국가공무원법에 명확히 규정하기로 했다.
그간 복종의 의무는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어떤 이는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악의 평범성'을 예로 들며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복종의 의무를 없애면 공직기강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개정은 여러 의견을 고려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건전한 토론 문화를 추구하면서도, 여전히 상관의 적법한 지휘·감독권은 인정하고 있다. 인사처는 이번 개정을 통해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적 가치를 국가공무원법에 담으려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공무원들이 진짜 주인인 국민을 섬기는 '구조와 시스템, 프로세스'로 행정체계를 재설계해 공무원들이 타고난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