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선에 성공한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2기 공약 추진을 이끌 수장으로 대법관 출신 법학자를 발탁했다. 교육계 인사가 아닌 법률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핵심 공약인 '유아 무상교육'을 비롯한 교육정책을 헌법상 기본권의 관점에서 구체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서울 용산구 신청사에서 '2기 공약추진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공약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공약추진위원장에는 대법관 출신인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부위원장에는 함영기 전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위촉됐다.
공약 추진 기구의 수장에 법조인이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법과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꾸준히 법조인의 길을 걸은 인물로, 교육 관련 이력이 전무하다.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이 2·3기 출범 당시 공약 추진을 총괄할 인사로 교육 전문가를 기용했던 것과 대비된다.
김 교수는 정 교육감 선거 캠프에 들어가지 않아 이번 당선에 직접적인 기여도 없었다. 정 교육감 1기 공약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박순성 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년 전 재보궐 선거 당시 정 교육감 캠프에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박 전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도 정 교육감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인선을 두고 정 교육감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유아 무상교육 정책을 헌법적 권리 차원에서 구체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유아교육비와 급식비, 방과후 교육비, 돌봄비 등을 포함한 '표준교육비'를 기준으로 3~5세 유아 교육 전 과정을 무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유아 무상교육의 근거는 '헌법'에서 찾았다. 현행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부모에게 자녀가 의무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 교육감은 헌법상 의무교육을 부모의 책임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교육기관이 보장해야 할 책무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헌법상 무상교육의 범위 역시 초등학교 이후로 한정하지 않고 유아 단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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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5대 핵심 공약에서도 가장 앞에 제시된 과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무상교육 완성'이었다. 이어 △마음건강 및 교육공동체 회복 △슬기로운 AI 활용, 깊이 있는 사유 △학습안전망 튼튼히, 기초학력 단단히 △학교·마을·도시를 잇는 '독서서울' 생태계 구축이 포함됐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헌법교육 자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정 교육감은 1기 때부터 민주시민교육과 헌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건이 발생하자 정 교육감은 "역사를 희화화하고 특정 존재를 배제하며 타인의 존엄을 조롱하는 표현들이 거리와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며 "서울교육은 혐오와 차별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약추진위는 이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 44일간 활동하며 5대 핵심 공약을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 로드맵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공약추진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총 12명으로 구성되며, 산하 전문위원회에는 134명이 참여한다. 정책 자문을 맡을 자문위원회도 별도로 19명 규모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