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민의 '분노', "검증위 존재의의 상실"

안강민의 '분노', "검증위 존재의의 상실"

오상헌 기자
2007.07.18 15:03

李·朴, 비협조 '질타'..."검증청문회 실효성 의심된다"

▲ 안강민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장이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에 대한 근 두 달간의 검증 결과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안강민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장이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에 대한 근 두 달간의 검증 결과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검증위원회 자체의 존재의의마저 상실된 것이 아닌가 회의를 느낀다".

한나라당 안강민 국민검증위원장의 얼굴에는 '노기'마저 느껴졌다. 18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사생결단의 각오로 '암투'에 '올인'하고 있는 두 후보 사이에서 근 두 달 동안 '진'을 다 뺀 탓인지 얼굴을 굳었고 표정은 경직돼 있었다.

이날 회견의 목적은 검증 결과 보고. 하지만 대부분을 검증위 '애로사항'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결론은 "후보들의 협조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 검증위의 존재의의가 상실됐다"는 것.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두 후보 진영에 대한 '원망'과 '실망'이 행간에 강하게 묻어났다.

안 위원장은 우선 "검증위에는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없어 두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 사항을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검증위에서는 "(의혹의 당사자인 후보나 친인척 등) 본인이 제출하지 않는 한 개인의 신상이나 재산 등 공공기관 자료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검증에 반드시 필요한 "금융 관계 자료, 주민등록 관계, 부동산 관련 자료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증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후보들의 성실한 협조가 절대적인 전제조건인데도 협조를 얻기 매우 어려웠다"고 '비협조'로 일관한 이, 박 두 후보를 겨냥했다.

안 위원장은 "후보들에게 수차례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기한연장까지 했는데도 아예 불응하거나 불성실한 답변을 보내는 일이 허다했다"고 저간의 사정을 공개했다.

"때로는 자료제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제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검증위의 독촉에 검증 목적과 무관한 자료를 제출한 사례도 있다"고도 했다.

후보간 검증 공방이 검찰 고소.고발 사태를 낳고 결국 검찰의 '손'에 넘겨진 현실을 개탄하면서 "검증위 자체의 존재의의마저 상실된 것 아닌가 회의를 느낀다"며 격정을 토해냈다.

19일로 예정된 검증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심을 상당히 갖고 있다. 후보 검증청문회가 과연 앞으로 필요한가 의문을 갖고 있다. 어렵다고 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검증위 자체의 한계와 당과 후보와의 관계 설정 등 숱한 '딜레마'를 뼈져리게 느꼈다는 의미다.

안 위원장은 그러나 충심을 담아 후보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했다. "후보들은 마지막 검증의 장이 되는 청문회에서 결백이나 과오를 진솔하게 보여달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국민들은 '실수'한 대통령은 양해할 수 있지만 '거짓말'한 대통령은 절대 용납치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마지막으로 안 위원장은 "완벽한 검증 자료를 보여드리지 못하고 물러나는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국민과 당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한편 지난 5월 출범한 검증위는 차명재산 의혹 등 이 후보 관련 22건과 육영재단 관련 의혹 등 박 후보 관련 12건을 대상으로 검증 과정을 밟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안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제출 기한을 연장했는데도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거나 자료 제출을 안 한 사례를 말해달라.

▶ 구체적인 말씀 못 드린다. 여러분들께서 취재해보라.

-내일(19일) 청문회에서 공개되나.

▶청문회 질문에 나올는지 모르겠다.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검증위 애로사항과 한계를 말씀하셨는데 청문회의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저도 의심을 상당히 갖고 있다. 앞으로 후보 검증청문회가 과연 필요한가 의문을 갖고 있다. 끝나고 나서 연구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검증 자체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수사권이 없다.

-한계를 알고 시작한 것 아닌가.

▶수사권 없이도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노력을 해서 국민 앞에 제시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후보들의 협조다. 남의 것(초본 등 공공기관 자료)을 뗐다가 법 위반하고 그렇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후보 친인척들이나 후보들에게 제출해달라고 부탁한다. 근데 그런 게 잘 안 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금융관계 자료 같은 것은 (제출된 게) 없었다. 이 자리에서 특정 후보측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

-후보들 자료 제출도 안하고 했는데, 청문회에서 사전 질문지를 줘서 질문을 오픈하면 실효성 있나(검증위는 이 후보와 박 후보 캠프에 청문회 질문지를 사전 배포했음).

▶청문회에서 사전에 질문 범위를 알려줘야 (검증 대상자들이) 연구를 하고 답변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추궁할 것 다 한다.

-후보들이 예상치 못한 질문도 청문회에서 나오나

▶나올 수도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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