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字성어·四字정치]'독서망양(讀書亡羊)'

[四字성어·四字정치]'독서망양(讀書亡羊)'

박재범 기자
2007.08.01 08:24
[편집자주]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공서나 기업체에 가면 '일=서류'가 연상되는데 반해 '정치인의 일'은 말 그 자체다. 때론 '궤변'이란 말을 듣는 이가 있지만 정치인 대부분은 '입심'을 자랑한다. 소위 '말빨'을 자랑하는 데 있어 최고의 무기는 바로 '비유'. 그 중에서도 유식함과 함께 촌철살인의 기지를 보일 수 있는 사자성어, 고사성어의 인용이 백미다. 하루에도 '멋진(?)' 사자성어들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의 본뜻과 유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정치 상황 속 터져 나오는 사자성어의 유래를 찾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말'이라도 정치인으로부터 배울 게 있다는 게 어디인가.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고소를 취하했지만 반의사 불벌죄가 아닌 내용도 있고 다른 이가 고발한 사건도 있어 일정 부분 수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는 게 이유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병풍 수사 등의 피해 의식이 강한 한나라당은 이런 검찰의 결정이 못마땅하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 참석자들은 검찰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이주영 당 정책위의장은 "검찰이 정치 놀음에 빠져든다면 독서망양(讀書亡羊)의 우를 범하는 것"이란 말도 했다. '책을 읽다가 양을 잃는다?'. '다른 일에 정신을 팔다가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한다'는 의미다.

<장자>에 일화가 나온다. "장(臧)과 곡(穀)이란 두 명의 종이 함께 양을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양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장은 책을 읽고 있다 양을 잃었다고 답했다. 곡은 주사위 놀이를 하느라 양을 돌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른 일에 정신을 뺏겨 본분을 져 버린 꼴이 된 것이다.

이주영 의장의 비유대로라면 '정치 놀음=독서'가 된다. 그렇다면 검찰이 무엇을 잃는다는 얘기인지…. 결국 검찰에게 주어진 책무가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라면 이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리는 게 독서망양의 우를 범하지 않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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