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字성어·四字정치]'백가쟁명(百家爭鳴)'

[四字성어·四字정치]'백가쟁명(百家爭鳴)'

박재범 기자
2007.07.31 10:53
[편집자주]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공서나 기업체에 가면 '일=서류'가 연상되는데 반해 '정치인의 일'은 말 그 자체다. 때론 '궤변'이란 말을 듣는 이가 있지만 정치인 대부분은 '입심'을 자랑한다. 소위 '말빨'을 자랑하는 데 있어 최고의 무기는 바로 '비유'. 그 중에서도 유식함과 함께 촌철살인의 기지를 보일 수 있는 사자성어, 고사성어의 인용이 백미다. 하루에도 '멋진(?)' 사자성어들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의 본뜻과 유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정치 상황 속 터져 나오는 사자성어의 유래를 찾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말'이라도 정치인으로부터 배울 게 있다는 게 어디인가.

최근 '백가쟁명(百家爭鳴)'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보통 '범여권' 앞에 수식어로 붙는다. '백가쟁명식 범여권 통합론' 등이 대표적이다. 밑바닥에는 '자중지란'과 같은 부정적 의미가 깔려 있다.

30일 한나라당내 중립성향의 '당이 중심되는 모임'(대표 맹형규 의원)이 연 '향후 대선흐름 전망과 중심모임의 선택'이란 주제의 토론회.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현재 범여권이 광범위한 후보군을 중심으로 대통합, 소통합, 후보단일화 등을 내세우며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입장이 갈리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우여곡절끝에 전열을 정비해 한나라당과 겨룰 대항마를 내세우는데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백가쟁명'의 의미는 뭘까.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서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가 각자의 사상을 떨친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 슬로건 '백화제방백가쟁명(百花齊放百家爭鳴)'을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직역하면 '온갖 꽃이 같이 피고 많은 사람들이 각기 주장을 편다'. 누구든 자기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르크스주의는 다른 사상과 경쟁하면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해야 하고 처음부터 절대적 유일사상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 그러나 향후 정치 투쟁 과정에서 '정치적 임시방편용'으로 사용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결국 백가쟁명은 원 뜻은 치열하게 '명분 싸움' '말 싸움' 등의 과정을 통해 세를 얻으라는 얘기. 범여권 상황과 꼭 맞아떨어진다. 대통합이건 소통합이건 '경쟁을 통해 지도적 위치를 차지한다'면 '백가쟁명'도 훗날 덧씌워진 나쁜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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