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0명의 깨어있는 시민 이끈 봉하마을 이태경 사무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은 23일 봉하마을은 노란 물결로 가득했다.

노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은 수십만 시민이 만들어낸 이 커다란 물결 뒤엔 1주일 전부터 봉하마을로 달려온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이들 '깨어있는 시민'을 '조직된 힘'으로 이끈 봉하마을 이태경(34) 사무장이 있었다.
이 사무장이 봉하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 7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유출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다.
노 전 대통령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경상도 남자의 '의리'가 자신을 움직였다고 이 사무장은 고백했다. 당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개인 사업을 하던 이 사무장은 모든 것을 접고 무작정 봉하마을로 달려와 촛불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 사무장은 "매일 같이 1인 시위를 하면서 봉하마을 주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장은 대통령기록물 유출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도 봉하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농사짓는 모습, 봉하마을이 변하는 모습을 계속 사진에 담았다. 이때 기록한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고스란히 올라갔다.
이 사무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대비가 내리는 통에 사람이 많이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는 것. 추도식을 마친 뒤 이 사무장은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오히려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을 더 많이 보고 싶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무장은 "추도식이 차질 없이 잘 끝난 것은 모두 자원봉사자들 덕"이라며 도움을 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또 "자원봉사를 신청한 분들 말고도 말없이 와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추모객을 맞이하기 위해 마을을 정비하는 일부터, 사흘간 20여만 명에 이르는 추모객을 안내하고 행사진행을 돕는 것까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봉하마을 추도식은 끝났지만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자원봉사자는 이날 저녁 부산에서 열리는 추모콘서트 자원봉사를 다시 걸음을 옮겼다.
봉하마을에 온 지 1년10개월, 이 사무장은 "아직 마을에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돌아가시는 바람에 도망도 못 갑니다. 그 분이 계셨으면 더 많은 사람이 올텐데 안 계시니 잊힐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든 마을을 지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