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남은 카터, 김정일 만났을까

평양에 남은 카터, 김정일 만났을까

변휘 기자
2010.08.26 14:29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전격 방중한 것으로 전해지며 방북 중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평양에 도착해 북한의 명목상 최고 지도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후 5시쯤 일제히 카터 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사실을 보도했으며 오후 8시51분 김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인사들과 만찬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카터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면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억류된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하며 북·미간 간접 대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994년 방북, 김일성 주석을 만나 1차 북핵 위기를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킨 카터 전 대통령의 전력 때문이다. 아울러 카터 전 대통령 스스로 천안함 사건 이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전격 방중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터 전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갑작스런 김 위원장의 방중이 미국 최고위급 인사인 카터 전 대통령과의 만남보다 중요한 삼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등을 다루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따른 분석이다. 또 김 위원장이 직접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더라도 김 상임위원장에게 '카터 영접'을 맡겨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 일정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86세의 고령이라는 점과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향할 경우 최소한 3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볼 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면 카터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전날 밤 이미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극비리에 이뤄진 만큼 카터 전 대통령의 행보 중 일부만 보도됐을 수도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전날 저녁까지 평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날 자정을 30분쯤 넘긴 시각에 김 위원장이 평양시 인근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보도가 자정을 넘긴 것을 볼 때 현지지도는 전날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북 전문가는 "카터의 방북과 다음날 자정쯤 나온 김 위원장의 평양내 현지지도 보도, 새벽에 이뤄진 중국 방문 등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숨기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며 "카터의 방북이 북미간 미리 협의됐던 만큼 김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도 미리 정해놓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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