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기대(?)

[기자수첩]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기대(?)

도병욱 기자
2010.09.10 07:00

요즘 길을 걷거나 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으레 '특별'이란 단어를 최소 몇 번은 듣게 된다. '특별'이란 단어가 정말 '특별'해졌다는 느낌이다. '특별'은 마치 묘한 마력으로 사회 곳곳에 스며든 '괴물'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특별'이란 단어는 '배후', '배경'이란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짝이 됐다. 누군가에게 특별지원이 이뤄지면 "누구 '백'(배경)으로 됐다더라"하는 말이 떠돈다. 반대로 특별감찰, 특별점검 등의 단어가 등장하면 '권력의 음모가 아닐까'하는 의심부터 생긴다.

외교통상부의 특별 채용도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누군가를 특별하게 채용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한데, 그 누군가가 당시 장관의 딸이라면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 장관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빤히 드러날 일이었는데 안 들키고 넘어갈 수 있다고 믿었던 용기(?)가 부럽기까지 하다.

사태는 행정안전부가 추진했던 '5급 공무원 특채 비율 50%' 방안으로 옮아갔다. 국민들은 행안부 안을 두고 "고위 공직자 자녀들을 채용하기 위한 통로냐"고 공격했다. 고위관료 자녀에게 벼슬을 내리던 고려시대의 '음서제'를 인용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당정은 9일 행안부 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안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별채용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뽑으려 하는 게 왜 그리 문제냐는 심정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반대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50%로 늘어날 뻔했던 특채가 유명환 전 장관의 딸 같이 '특별한 사람을 위한 채용'이 될 것으로 우려해서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백'이 없는 나는 5급 공무원에 특채되지 못할 것"이라고 느낀다.

특채 논란은 또 다시 '국민정서법'을 건드렸다. 이 법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정치권의 불문율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법을 단순히 피해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채는 특별한 사람을 위한 채용'이라는 국민들의 불신을 바꾸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근원부터 따져 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내세웠다. 이번 특채 파문이 더욱 크게 느껴진 이유다. 공정한 사회, 공정한 기회,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채용이 이뤄진다면 5급 공무원 중 70% 이상을 특채로 뽑는다 해도 반발은 지금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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