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교관 자녀의 특별한 인생

[기자수첩]외교관 자녀의 특별한 인생

양영권 기자
2010.10.04 18:16

국비 해외유학과 특혜 채용, 채용 후 선호 보직 배치.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고위 외교관 자녀들의 '특별한 인생'이다.

정부는 외교관 자녀들에게 막대한 학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재외 공관 근무자에 대해 중고생 자녀 1명당 평균 1만7000달러(1910만여원)를 학비 보조수당으로 지급했다. 많게는 자녀 1명이 한해 4만달러(4500만여원)를 받아간 경우도 있었다.

해외에 근무하는 외교관의 중고생 자녀는 1인당 월 600달러, 연간 7200달러를 기본으로 지급하며 추가로 발생하는 학비에 대해서는 65% 한도에서 무제한 지급하기 때문에 굳이 저렴한 학교를 찾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 해외에서 정규학교를 다닌 외교관 자녀들은 외무고시 2부 시험이나 특채 등을 통해 부모가 근무한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외무고시 2부 시험을 통해 선발된 22명 가운데 9명(41%)은 전현직 장·차관과 3급 이상 고위직 외교관의 자녀다. 외교부 직원 자녀에게 유리하게 이 시험을 운영하기 위해 응시 요건을 '해외 정규 대학 졸업 이상'에서 '해외 초등학교 이상 정규 교육 6년 이상'으로 완화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고위 외교관 자녀는 특별 채용된 뒤 성골 대접을 받으며 선호 부서에 배치된다. 고위직 외교관 자녀 20명 중 5명이 외교부 북미국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재외공관에 나가 있는 고위직 자녀 6명 역시 대부분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호 공관에서 근무 중이다.

하지만 자녀들에게 이 같은 특혜 인생을 물려준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외교관들은 국민들 앞에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고개를 쳐들었다. 홍순영 전 외무부 장관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후배 장관에게 그런 얘기(아들 인사 청탁)를 할 정도로 천한 사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장희 전 스페인 대사는 "제가 믿고 있는 하나님에 맹세하겠다. 저는 전혀 딸과 사위의 특채에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특혜 인생을 물려준 외교관들은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에 자녀들에게 '좋은 부모'일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국민들에게 '좋은 공직자'로 인식될 수 없다. 그리고 '나쁜 공직자'가 떳떳한 나라가 '공정한 사회'나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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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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