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가 뚜렷한 성과 없이 종료되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단 복귀를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연평도 외교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 사찰 수용 카드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중·러의 6자회담 재개 의지에 부응하면서 향후 연평도 외교전에서 '대화'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북한의 선제적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중국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사찰단 복귀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이미 한 차례 밝혔고,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를 불러 이 같은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치밀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단 북한의 핵 사찰 수용 입장에 대해 정부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진짜 사찰을 받으려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다시 들어와야 하고 먼저 모든 핵 프로그램을 동결·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시설 가동중단이 선행되지 않은 사찰 수용 언급은 자신들의 핵 활동을 외부에 알려 핵 개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속셈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미국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표정이다. 미국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늘 그래왔듯이 큰 게임을 논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정말 그들이 할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선행 조건을 강조해 온 한·미·일 3국이 북한의 국면전환 노력에 부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 도발을 자제하고 중·러가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긴장 해소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 연말 연초 '소강국면'을 거치며 '대화' 흐름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안보리 해법도 일단락되면서 한·미·일 3국이 더 이상 뾰족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일각의 '안보리 무용론'에 대해 "어떻게 보면 현실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이라고 평가하며 더 이상의 유엔을 통한 해법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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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당초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던 러시아가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 훈련 철회를 촉구하며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결국 대화 국면의 '열쇠'는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당분간 미·중은 6자회담 관련해 탐색전을 벌이겠지만 외교적 성과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제안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한반도 특사 파견 여부도 주목할 만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반기문 총장은 올해 초 린 파스코에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했었다"며 "안보리의 통일된 입장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