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좌진 실수' 해명으로 끝날 일인가

[기자수첩]'보좌진 실수' 해명으로 끝날 일인가

양영권 기자
2011.04.05 17:52

"담당 직원이 실수로 법안에 서명을 했다. 나는 이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 결재 없이 담당 직원이 다른 법률안과 함께 이 법안에도 서명을 했다."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자 공동 발의한 국회의원 일부가 발의를 취소하며 내놓은 해명이다. 발의 의원 21명 의원 가운데 3명이 취소하면서 하나같이 '담당 직원의 실수'를 내세웠다.

이 개정안은 선거범죄로 인한 국회의원 당선무효 요건을 현행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으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비리 범죄' 범위를 대폭 축소하려는 취지의 법안이 제출된 것도 문제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가 달려 있는 법안 발의 과정에 보좌진의 '실수'가 작용할 정도로 허술하다는 데서 혀를 내두르게 된다.

국회의원이 특정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함해 국회의원 10명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동료 의원에게 공동 발의를 요청할 때는 통상 의원회관 우편함을 통해 발의안을 돌리거나 보좌진이 직접 의원실을 방문해 발의를 요청한다. 김 의원도 지난해 12월 보좌진이 각 방을 돌며 공동 발의를 요청했다.

국회의원이 공동발의 요청을 받으면 직접 법안을 읽어보고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좌진 선에서 검토한 뒤 의원에게 보고할지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을 때는 하루에 수백 개씩 법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라는 게 의원들의 해명이다.

문제는 보좌진이 먼저 서명을 하고 사후에 의원에게 보고하거나 보고조차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이 경우 법안 동의 절차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18대 국회 들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철회 건수가 3 건에 불과한 데 비해 의원 발의 법안 철회 건수는 457 건에 달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려면 공청회나 국무회의 심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는 법안에 동료 의원들의 동의를 받게 한 것이 날림 입법을 막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장치다. 이 같은 최소한의 동의 절차까지 유명무실하다면 국회의 가장 큰 기능인 입법 기능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멀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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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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