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결국 여야 정면충돌 치닫나

'한미FTA 비준', 결국 여야 정면충돌 치닫나

뉴스1 제공
2011.10.30 18:42

원내대표 협상 결렬… 野 불참으로 'ISD토론'도 무산

(서울=뉴스1 장용석 민지형 조영빈 김유대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가 30일 한미 FTA 비준안 처리 해법을 모색키 위해 잇달아 머리를 맞댔지만 파열음만 냈기 때문이다.

국회외교통상통일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 FTA의 핵심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관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등 야당 측 인사들의 불참으로 끝내 무산됐다.

황우여 한나라당,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비공개 오찬 회동를 통해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협의했지만 미국과의 재재협상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로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ISD 조항을 폐기하면 한미 FTA 비준안을 합의처리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한나라당은 "ISD 폐기는 FTA 재재협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전날 '한미 FTA 비준안을 31일까지 국회에서 처리해줄 것'을 한나라당에 요청한 상황에서 이날 열린 원내대표 회동과 외통위 토론 또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국회 안팎에선 정부·여당이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등 단독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비준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민주당 등 야당은 "몸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그간 야당에서 강하게 요구해 온 통상절차법 처리, 농어업 피해대책 보완 등에 있어 일부 진전을 보긴 했으나 ISD 폐지 등 미국과의 재재협상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쟁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려왔다.

ISD는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투자유치국의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중재기구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로, 민주당은 "국내 사법제도를 부정하는 독소조항"이라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ISD는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협정 원안에서부터 이미 포함돼 있던 것으로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도 적용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ISD 문제를 다루기도 전에 야당 측 인사들이 "지상파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토론에 응할 수 없다"며 거부해와 결국 열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회 외통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국 사정으로 모든 토론과정을 녹화 중계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생중계가 안 되면 토론에 나오지 못하겠다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야당 측을 비난했다.

같은 당 정옥임 의원도 "이런 식으로 불법과 폭력을 불사하면서 국회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민주당과 다른 야당이 미래의 수권정당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장에 참석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우리나라가 1976년 영국과 맺은 투자보장협정에도 ISD 조항이 있었고 이는 이후 다수 협정에 적용됐다"며 "(야당 측이) 새삼스럽지도 않은 걸 들어 반대하는 게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토론회에 불참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별도 회견을 열어 "ISD 조항의 문제를 국민에게 직접 알리려면 생중계가 필요하다"며 "내일이든 모레든 생방송 토론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역시 "공중파 생방송은 이번 토론의 전제였다"면서 "심야시간대에 토론이 녹화 방송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황 원내대표와의 회동 뒤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10월내에 한미 FTA를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공중파 중계도 안 되는 끝장토론은 한미FTA 비준에 대한 (여당의) '명분 쌓기'를 야당이 오히려 도와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토론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ISD 조항을 폐기하면 FTA 비준안을 합의처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ISD 조항의 폐기는 재재협상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영철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ISD 폐기는 재재협상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면서 "재재협상이 필요하지 않는 대안은 계속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해왔고 앞으로도 들어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31일 열릴 예정인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충돌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미 "한미 양국 간 합의에 따라 비준안이 6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 발효되려면 이달 말까지 무조건 통과돼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거듭 주문하고 나선 상태다.

이에 한나라당은 비준안의 구체적인 처리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있지만, 현재로선 31일부터 외통위 의결을 시도해 내달 3일 본회의 일정에 맞춰 비준안을 처리하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통위에서의 여야 합의 처리가 어려울 경우 박희태 국회의장을 통한 본회의 직권상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의장 측은 "여야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 5당은 31일 공동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 관련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야권 일각에선 "19대 국회에서 협정 파기 여부를 포함해 한미 FTA 문제를 재논의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청와대 깃발 아래 다시 뭉쳐 한미 FTA를 날치기 처리하겠다면 야당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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