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렸다"… 위기의 한나라당 '떠안는 박근혜'

"코너에 몰렸다"… 위기의 한나라당 '떠안는 박근혜'

뉴스1 제공
2011.12.11 17:13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현재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를 타개할 명쾌한 '묘안'은 떠오르지 않은 것 같다.지난 9일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여전히 그의 '입'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도 11일"지금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박 전 대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모습.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는데 대해선 친박계 내에서도 큰 이견이 없지만, 그 시기나 방식을 놓고는 여전히 당내 의견이 분분한데다 자칫 권력투쟁 국면을 초래할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의원들은 개인적인 입장표명조차도 꺼리는 분위기다.

내년 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지도부 공백이란 위기상황을 맞이한 한나라당 내에선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당내 최대주주이자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에게 당 운영의 전권을 위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황우여 원내대표도 홍 전 대표의 사퇴 직후 "박 전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산고를 맡아줘야 한다"며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체제 개편 요구에 힘을 보탠 상태다.

그러나 당내엔 박 전 대표가 독주하는당 체제 개편에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아 당내 제(諸)계파 및 세력 간의 격론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대권 잠룡(潛龍) 가운데 한 명이면서 박 전 대표의 '경쟁자'를 자임하는 정몽준 전 대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보다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선호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11일 배포한 자료에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엔 공감한다"면서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위기일수록 원칙과 정도로 가야 한다. 전대를 통해 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부터 당헌·당규상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폐지한 뒤 자신과 박 전 대표 등 당내 주요 주주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대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친이(친이명박) 직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금 당이 처한 위기는 박 전 대표 혼자서 헤쳐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당이 살려면 새 지도부에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등 당의 실질적 지도자들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당·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정식으로 전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내 다른 대권 잠룡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당 내외 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비상국민회의'를 소집해 박 전 대표와 외부 인사가 공동의장을 맡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어떤 조직에 위기가 닥치면 앞장서는 사람도 있고 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모두 앞장서거나 모두 따라가면 그 조직은 점점 위기가 증폭돼 끝내 망하지만, 지도력에 따라 각자 역할을 찾으면 그 조직은 위기가 기회가 된다"며 "특히 앞서는 사람들은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다소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당내 권력의 중심축이 박 전 대표와 친박계로 한꺼번에 옮겨가선 안 된다는데 이른바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을 꾸준히 주장해온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이 살 길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당 해체 후 신당 창당)하는 것뿐이다. 그게 박 전 대표도 사는 길"이라면서 특히 친박계를 겨냥, "당권을 잡았다고 희희낙락하다간 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그야 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쩌면 '독배'임을 알면서도 받아드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친박계 재선 의원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코너'에 몰렸다"면서 "홍 전 대표 체제로 당 상황을 정리한 뒤 박 전 대표가 나서든가 했어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 쇄신을 이끄는데 총의가 모아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조기 전대로 가게 되고당내 갈등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 해도 비대위 체제를 오래 끌고 갈 수는 없고 조기 전대든, 조기 선대위 체제 전환이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정도 있다.

더욱이내년 총선 공천권 행사 문제는 향후 지도체제의 형태가 어떻게 되든 '살아 있는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이 한나라당으로선 유일한 선택이 됐기 때문에 박 전 대표도 결심했다고 본다"며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데려오더라도 결국엔 박 전 대표와 상의해서 결정할 테고, 그러면 또 '박 전 대표가 수렴청정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그런 화를 자초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향후 진로가 비대위 체제든 조기 전대 개최든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간에 박 전 대표로서도 정면 승부를 걸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독배이든, 아니든 마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6선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오는 12일당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조찬회동을 통해 박 전 대표 전면 등장 문제를 포함한 당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내일(12일)부터 당 쇄신과 후속 지도체제 논의를 위한 활발한 의견 개진이 있을 것 같다"며 "계파 이익을 챙기거나 주도권 다툼으로 비치면 안 되고당내 화합과 통합을 잘 이룰 수 있는 쇄신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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