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곽선미·서재준 기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일주일째인 23일 북한 매체와 외신보도 등을 통해 본 북한 주민들의 표정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거리에서 집단 오열하는 모습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행렬을 이어가는 장면으로 바뀌었고 중국과의 국경무역도 22일부터 전면 재개되는 등 정상화를 서두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조문은 행렬을 이뤄 평온한 가운데서 진행되고 있는 장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당시북한 주민들이 '눈물바다'를 이루던 장면과는 대조적이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22,23일 보도한 평양 주민과 군장성들의 조문행렬을 보면 애도 속에서도 한결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음이 전해진다. 23일 노동신문은 아이들이 김 위원장 관련 동화책을 들고 나와 김 위원장 동상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공포와 불안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또 22일자 보도에선 '오열하는 평양시민들'이라는 제하의 사진에 '평양 실내 체육관 앞 광장에 내걸린 김 위원장의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있었으나 이 역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의 '대성통곡 분위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북한 관련 소식통들은 23일 "평양 분위기가 애초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보다 이제는 많이 차분해졌다"고 전했다. 국내 북한전문지인 데일리NK는 22일 평양 내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평양을 비롯한 지방 조문행사에서도 김 전 주석 서거 당시와 같은 슬픔과 오열을 찾아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외신보도들도 비슷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22일 중국 관영통신사인 '신화왕(新華網)'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급서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왕은 평양에 파견한 기자의 르포기사를 통해 "김일성 광장에 적지 않은 추모 인파가 몰려 있고 헌화를 하고 있지만 현장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줄지어 질서정연하게 자신들의 조문 차례를 기다린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급서가 알려진 당일(19일)부터 21일까지의 북한매체, 외신 보도를 비교했을 때도 온도차가 느껴진다. 19일 중국 CCTV는 김정일 사망 소식이 발표된얼마 뒤 처음으로 북한 평양의 모습을 전하며 평양시민들이 가슴을 치며 울부짖고 통곡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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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뒷날인 20일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광장에 쏟아져 나와 오열하는 장면을 보도했지만 그뒤 21일에는 조화를 들고가는 차분한 표정의 주민들, 울상인 표정의 어린아이들을 전하는 데에 그쳤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문정치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북 지도층으로서는 '오열' '흥분'의분위기를 연출하려 하겠지만 민심이반이 커 여의치 않은 상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동원령을 통해 차분한 분위기 속 대규모 조문행렬을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 세습 후계체제의 정치적 안정화 단계 이행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FP 등 외신은 22, 23일 북한 당국이 하루 3회 가량 조문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주석 사망 당시 하루 2회에 그쳤던 동원 조문이 1회 늘어난 것이다. 이후 북한매체는 대규모 조문행렬 보도를 쏟아냈다.
북한이 북중 무역을 본격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는 것도 북한이 안정화 단계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21일까지 가전 및 생필품의 반입을 금지했지만 22일부터는 북중 무역을 다시 재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북중우의교(압록강대교)에서 쌀이나 의류, 철강, 공작기계, 건자재 등의 물품이 반입되는 장면이 목격됐다.
김 전 주석 사망 당시에는 수 개월간 북중 무역이 중단됐던 것에 비하면 원상회복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요소를 조기에 제거하기 위해 빨리 수습과 안정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려는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 사망 일주일째에 나타난 이같은 조기 안정화는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생전에 이미 사망후 대책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게 아니냐"는 관측에도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