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현상 한국 정치에 접목, SNS 결합해 확장성 개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타운홀미팅(시민 간담회)'이 2012년 대선의 성격을 보여주는 특징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문 후보는 9월16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다음날(17일) 첫 일정을 구로디지털단지 타운홀미팅으로 시작했다. 재계와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하고 이들의 의견도 들었다.
이후로도 국민 정책제안 수렴(9월24일), 골목상권 지키기(9월26일), 교육정책(10월8일), 경제민주화(10월11일) 등 주제별로 관련 현장을 찾아 주 2회 가량 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 14일 임산부들과 보육정책을 의논한 것으로 어느새 10회를 채웠다. 종전 같으면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을 정책이 대부분 이 곳에서 제시됐다.

내부 평가는 긍정적이다. 문 후보는 15일 영등포 당사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지난주 내내 우리가 정책 선거를 주도했다"며 "정책 발표도 타운홀미팅,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해서 성과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6월 대선출마를 밝히면서 소통정치, 동행정치를 내세웠다. 참모진에게는 "국민 의견을 되도록 많이 들을 테니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메시지팀, 일정팀 등은 고민에 빠졌다. 무조건 국민 의견을 듣는 자리라면 후보의 생각을 밝힐 기회가 줄어들고 그럴듯한 '그림'이 나오게끔 일정을 관리하기도 어렵다.
묘안으로 떠오른 것이 타운홀미팅이다. 개척시기 미국서 태동한 타운홀미팅은 글자 그대로 시청 또는 마을회관 회의라는 뜻이다. 공동체 내 다양한 견해와 입장을 제각기 표출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진행방식이 특징이다. 형식면에선 참석자들이 사각, 또는 원형으로 층층이 둘러앉는다는 점이 일반적 기자회견이나 간담회와 다르다.
오랜 기간 이어지며 '미국식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통하는 타운홀미팅을 한국 대선무대에 끌어낸 이는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2007년 강원도(관광), 서울숲(환경), 재래시장(경제) 등 분야별로 현장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를 수차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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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7년 타운홀미팅은 낯선 방식과 제한된 효과를 한계로 지녔다. 문 후보는 이를 업그레이드했다. 소셜네트워크(SNS)를 결합, 현장 참여자 외에 수많은 온라인 참여를 확보했다. 때문에 '말실수' 한 번이면 만회하기 어려운 조건이 됐지만 즉석 질문을 수용했고 OX퀴즈, 동영상 등 진행방식도 다양화했다.
타운홀미팅이 부각된 이면에는 '소통'에 목마른 유권자들의 정치 인식이 깔려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소통'은 오랜 과제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페이스북으로 온라인 대변인실을 운영하는 등 참신한 소통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공교롭게 올 대선 '빅3'인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웅변이나 연설력이 돋보이는 인물이 아니다. 탁월한 웅변가로 꼽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더 확실하다.
정치권에선 말솜씨가 정치인의 최고 덕목으로 꼽히던 시대가 이미 지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오랜 실망과 '소통부재'라는 진단에 따라 말하기보다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감으로 떠올랐다. 진심, 진정성이란 표현을모든 후보들이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은 이런 변화를 더욱 촉진했다. 소셜네트워크(SNS)가 소통의 플랫폼을 바꾸면서 올 대선 후보들이 종전과 다른 방식의 선거 행보를 할 기회가 열렸다.
더 이상 1만 명을 모아 연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 100명을 모아도 그 만남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면 10만 명에게 생생히 전달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타운홀미팅은 본래 미국적 현상이지만 대선주자의 '결'이 종전에 비해 달라진 것과 SNS 확산에 따라 한국적 의미를 지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 측 윤건영 일정기획팀장은 "한 번에 적어도 두세 시간씩 관련 분야를 학습하기 위해 밤잠을 줄이는 등, 후보 입장에서 쉬운 방식은 아니다"면서도 "소통정치에 대한 문 후보 의지가 강한 만큼 앞으로도 타운홀미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