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 견지하겠다는 의미"… 인수위 철통 보안 모드, 부처도 '함구령'
보안을 중시하면서 '밀봉' '깜깜이'란 별명이 붙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층 강화된 함구 모드를 보이고 있다. 인수위원들은 취재진을 만나도 입을 다문 채 애써 외면하는 등 접촉을 꺼리고 있다. 아예 명함까지 없애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는 인수위 뿐 아니라 업무보고를 앞둔 각 부처로 확산되고 있다. 자칫 보안에 문제가 있는 곳으로 찍힐까 전전긍긍하며 입단속에 분주한 모습이다.
9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인수위 사무실. 이날 오전 9시 간사단 회의에 참석한 인수위원들은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만나 질문 공세를 받았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위 간사는 아예 질문을 받지 않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어떤 얘기가 나오겠냐’는 질문에 "안녕하세요. 회의해야죠"라고만 답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경제1분과 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귤을 한 봉지 들고 온 뒤 회의장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도 했다. 기자들을 향해 "저는 딜리버리 맨이에요"라고 인사를 건넨 홍 교수는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하자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추운데 수고들 많다"고만 말한 뒤 건물로 들어갔다.
이런 '철통 보안' 분위기는 정부 부처로 확산되고 있다. 인수위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까지 직접 '보안'을 언급한 상황에서 각 부처는 입단속을 하느라 노심초사다. 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인수위 관련 입단속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자칫 시범 케이스가 될까 걱정하는 눈치도 역력하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인수위가 보안을 강조하면서 부처쪽으로 취재 압박이 많이 들어올 수 있다"며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고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업무보고를 앞두고 부처의 보고 내용이 먼저 알려지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가 '명함'을 만들지 않기로 해 논란이 적잖다. '낮은 자세'를 강조한 것이긴 하지만 명함까지 금지할 필요까지 있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는 명함을 인쇄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원칙으로 했다"며 "전문위원, 실무위원, 실무요원은 명함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원도 명함을 인쇄해 사용하지 않는 걸 원칙을 했지만, 부득이한 경우 명함이 필요하신 분은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명함을 만들지 않는 이유와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통상 명함을 사용할 경우,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명함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명함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인수위는 낮은 자세를 견지하고, 항상 겸손자세를 유지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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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제작 금지는 '명함 정치', '완장 정치'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캠프 관계자들의 명함 제작을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굳이 대외적으로 공표까지 하면서 명함 제작 금지를 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통의 기본이 될 수도 있는 명함을 만들지 않는 게 오히려 불통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명함 제작 금지가 겉치레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형식이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