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묻는다. "인수위 보고 때 무슨 얘기를 들었어요?" 대답은 한결같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어느 부처 공무원이나 똑같다. "인수위 간사나 인수위원이 한 멘트라도 있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니까…".
이젠 관용어구가 된 '불통 인수위' '깜깜이 인수위'의 1주일. 기자가 느낀 현장은 불통보다 '모순(矛盾) 투성이'다. 인수위는 출범 때부터 '낮은 자세'를 강조해왔다. 브리핑 때마다 '지겹도록' 되풀이됐다.
선의를 비꼬자는 것은 아니다. 점령군처럼 거들먹대는 모양새를 지양하고자 하는 노력은 오히려 존중받을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 사례만 봐도 확인된다. '낮은 자세'를 강조하시는 분들은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데 현실에선 '함구령'과 같은 명령이 된다. 낮은 자세를 가진 분들로부터 내려지는 '지시'다. 말장난이 아니라 역학 관계의 엄연한 현실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모순은 업무보고 내용의 브리핑에서도 나타난다. 언론의 뭇매로 업무보고 내용 비공개 방침을 수정, 일부 공개키로 했지만 브리핑을 듣다 보면 헛웃음이 난다. 모든 업무보고 브리핑은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맡는다. 실제 브리핑이라기보다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의 목차 읽기다.
몸은 하나인데 분과별로 여러 업무보고가 진행되다보니 자신이 들어가지 않은 회의도 설명한다. 질문이 나오면 "제가 안 들어가서…"로 비켜간다. 참석한 회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두꺼운 서류를 넘기다보면 내용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로 끝난다. 실제 보고를 받은 사람, 보고를 한 사람이 있는데도 굳이 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질문 공세가 이어지면 "인수위가 정책을 확정하는 곳이 아니라…" "새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등의 단골 변명거리가 나온다.
애석하게도 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그 정도는 안다. 정책 혼선이 낳을 부작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매우 중요한 거다. 그렇지 않다면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한 의원의 생각일 뿐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다. 확정되지 않은 법률이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아도 되는 걸까.
수많은 정부 발의 법안도 국회 통과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때론 혼선의, 때론 정화의 과정이다. 그렇게 다듬어진다. 그리고 정부가 보고한 내용, 인수위가 당부한 내용을 안다고 큰 혼란과 혼선에 빠질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