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25일은 6·25전쟁이 발발한지 63주년 되는 날이다.
당시 북한군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국군은 후퇴의 후퇴를 거듭하다 국토 전체가 점령당할 위기에 놓였지만 다국적군인 UN군의 도움으로 회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50년 6월25일 이후 각국의 언론은 아시아의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코리아’라는 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제연합인 UN에서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남한이라는 곳이 공산화가 될 위기에 처하자 미국은 UN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해 국제연합군 참가를 결의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군 병력과 무기, 의약품, 각종 물자들을 한국에 보내줬다.
이름도 생소했던 코리아에 각국의 군인들은 목숨을 바쳐 싸웠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각국의 장병들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시 우리나라를 도와줬던 나라들에 감사의 마음을 잘 전하고 있을까.
미국의 한 참전용사는 “한국처럼 참전용사를 대우해주는 나라는 없다”면서 오히려 우리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혹시 참전국을 차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6·25전쟁 참전국이 몇 개국인지에 대한 의견은 역사학자, 국방부, 시민단체 등 기준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1980년대까지는 6·25전쟁 참전국을 16개국이라고 규정하고 학교에서도 이 같이 교육했다. 이 16개국은 군사적 지원을 해준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필리핀, 터키, 타이, 그리스, 남아공,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16개국이다.
1980년대까지는 초등학교에서 6·25전쟁 참전국 16개국을 쉽게 외우게 하기 위해 국가명의 앞글자만 따 ‘미영호네캐뉴프필터타그남벨룩콜에’라고 가르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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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의료지원국, 물자지원국 등도 참전국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줄기차게 제기됐고 기관이나 단체마다 6·25전쟁 참전국을 21개국 또는 60개국, 63개국, 67개국 등 제각각으로 참전국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그동안 6·25전쟁에서 한국을 지원해준 국가들이 몇 개국인지에 대한 자료 등을 수집하고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지난해 5월 지원국을 63개국으로 확정·발표했다.
당시 국방부가 확정·발표한 6·25전쟁 지원국가는 ▲참전국(군사지원국)-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필리핀, 터키, 타이, 그리스, 남아공,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16개국 ▲의료지원국-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5개국 ▲물자지원국-과테말라, 도미니카, 서독, 라이베리아, 리히텐슈타인, 레바논, 모나코, 멕시코, 버마(미얀마), 베네수엘라,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스위스,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이란, 이집트, 인도네시아, 일본, 아이티, 에콰도르, 오스트리아, 우루과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자메이카, 대만, 칠레, 쿠바, 캄보디아, 코스타리카, 파나마, 파라과이, 파키스탄, 페루, 헝가리, 교황청 등 39개국 ▲물자지원 의사 표명국-니카라과, 브라질, 볼리비아 등 3개국 등 모두 63개국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 가운데 6·25전쟁 지원국이 몇 개국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1960년대~19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16개국으로 알고 있는 정도다.
최근에는 6·25전쟁 참전국을 21개국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국방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기관이 군사지원국과 의료지원국 21개국을 중심으로 보은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UN참전용사와 가족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 1975년부터 지금까지 21개국 국민들만 초청해 재방한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지난 2010년 정부는 ‘6·25전쟁60주년기념사업위원회’를 만들고 6월1일부터 6·25전쟁 참전국 21개국만을 순회하면서 감사와 위로의 행사를 펼쳤다.
26일부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6·25전쟁 특별기획전도 역시 21개국 참전용사의 후손들만 초청된다.
얼마 전 국방부가 내걸었던 6·25전쟁 참전국 홍보 현수막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6·25전쟁 63주년과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UN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청사 별관 외벽에 설치했다.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지원해준 UN참전국은 63개국이지만 홍보물에는 21개국에 대해서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3종류로 구성된 이 홍보물은 6·25전쟁과 정전협정 60주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전쟁 당시 폐허가 된 모습, 정전 60년 후의 발전된 모습, UN참전국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등을 담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Thank You United Nations’(감사합니다 UN)이라고 적혀있는 UN참전국에 대한 홍보물이다.
이 홍보물에 찍혀 있는 참전국의 국기는 군사지원국과 의료지원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터키 등 21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우리나라를 도와준 63개 나라 가운데 병력과 무기, 의약품을 보내준 나라에게만 감사한 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6·25전쟁 참전국 63개국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결코 21개국에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현수막을 올해 말까지 걸어놓고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한 뒤 다른 장소로 옮겨서 설치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실시해온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보은의 행사는 21개국에만 국한돼 있다. 이 때문에 국민 상당수가 전쟁 당시 우리를 지원해준 나라를 21개국으로만 알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 정부는 63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많다 보니 참전국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기가 번거로워서 21개국에만 대표적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일까. 아니면 유독 21개국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이들 나라에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일까?
1988년 올림픽과 2002년에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나라, 200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의를 유치한 국가, IT·전자·조선·자동차 강국, 대중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 이 나라는 바로 한국이며,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63년전 63개국의 지원이 밑바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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