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민주 안규백 "해군 역사상 처음…정비체계 재구축해야"
지난해 12월9일 오전 3시30분. 170여 명이 타고 있던 우리 해군 2함대의 주력 구축함인 을지문덕함이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새벽 서해 어청도 해상에 멈춰 섰다.
함장은 '전투배치' 지시를 내렸다.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율곡이이함에 발광신호를 보내 교신을 시도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평택에 있는 서해 2함대 본부와의 교신 역시 통신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패했다.
계속된 시도 끝에 정전 발생 후 25분 만에 서해 2함대와의 교신이 이뤄졌다. 2함대는 즉각 조치를 취했다. 율곡이이함에게 을지문덕함에 민간 선박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또 을지문덕함에는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비상투묘(닻을 바다로 내려 배를 고정하는 것)'를 준비시켰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 최영함을 대기시켜 을지문덕함을 예인해야할 경우도 준비했다.
암흑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바다에도 해가 떠올랐다. 그리고 오전 8시18분 을지문덕함에 전원이 다시 들어왔다. 정전 발생 5시간여가 흐른 뒤였다.
◆칠흑 같은 5시간…비상배터리 불량에 통신도 두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23일 해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9일 새벽 3시30분쯤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남방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을지문덕함은 블랙아웃(대정전)으로 구축함의 기능을 상실하고 5시간여를 서해상에 표류상태에 있었다.
을지문덕함은 우리 해군의 최신예 함정으로 현재 6척이 전력화돼있다. 이번처럼 함이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대정전 사태는 해군 역사상 처음이다. 해군은 이후 1개월여에 걸쳐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대정전 사태의 원인은 을지문덕함 직류전환변환 장치 부속품의 고장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상상태시 작동돼야 하는 비상배터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 수습에 5시간여가 걸렸다는 지적이다.
해군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시 운영했던 비상배터리 중 82%가 불량으로 추정됐다. 또 비상통신기 준비상태 미흡(25분 간 소요)으로 인근함정(이지스급 율곡이이함) 및 함대에 즉각적으로 정전 상황전파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 의원은 "최신의 전투함도 평소 작은 부품하나라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 이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해군 전력의 최신화에 상응하는 정비체계가 재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