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노리개가 아니다

[기고]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노리개가 아니다

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2014.01.09 06:00

[이슈칼럼]구의회 폐지 반대 입장

안성호 대전대 교수
안성호 대전대 교수

새누리당은 지난 연말부터 광역시의 자치구・군의회를 폐지하고, 도의회의 기능을 시・군의회가 대신하도록 하며, 단체장 연임제한을 현행 3선에서 2선으로 감축하는 지방자치제도 개편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의 지방의회・단체장협의회와 시민단체는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제쳐둔 채 되레 지방자치의 근간을 허무는 제도개편을 획책”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역시의 자치구・군의회의 폐지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두도록 한 헌법 제118조의 규정에 따라 광역시 자치구・군제의 폐지를 의미한다. 혹자는 자치구・군의회 폐지로 인한 민주주의 약화문제를 구청장 직선제로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정구의 구청장 직선은 자치권 상실을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못 된다. 게다가 자치권을 갖지 못한 선출직 구청장의 모호한 위상과 역할은 대도시 행정의 혼란과 갈등을 가중시킬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내외의 많은 경험적 연구들은 대도시지역을 단일 광역시가 관할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행정서비스의 효율성도 하락시킨다는 증거를 확인해왔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연설에서 엘리노 오스트롬은 "나와 동료들의 경험적 연구는 대도시개혁론자들이 주장하는 지방정부 합병의 효율성 논거가 그릇된 것임을 밝혀왔다. 대도시 다중심체제의 복잡성은 혼돈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되었다”고 역설했다. 그녀는 통념과 달리 대도시지역을 수많은 소규모 지방정부들이 관할하는 다중심체제가 하나의 광역정부로 이루어진 단일중심체제보다 더 효율적인 까닭을 다중심체제의 민주적 효율성 메커니즘, 즉 경쟁, 발언권, 공공기업가정신, 공동생산, 가외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치구・군 폐지론자들은 제주도 시・군 자치 폐지의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4개 시・군 자치제를 폐지하고 2개 행정시로 전환했다. 이후 지역불균형 심화, 과거 서귀포시・남제주군・북제주군의 발전활력 저하, 주민참여 제약, 민관갈등 증폭 등 시・군 폐지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 2011년 6월 도지사선거에서 시・군 자치 부활은 핵심 공약으로 대두했다. 기초자치 부활을 공약한 현 우근민 지사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정치권의 의도에 반하는 시・군 자치 부활이 법제화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행정시장 직선제안을 건의했다.

더구나 도의회 기능을 시・군의회가 담당하도록 하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2005년 여・야 대표들이 여의도 모 식당에 모여 합의했던 반민주적 지방자치체제 개편안을 상기시킨다. 당시 여・야 대표들은 정기국회에서 전국의 시・군을 합병해 60-70개의 광역시로 개편하고 이를 지휘하는 7-8개의 중앙정부 소속의 광역지방행정청을 두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 개편안의 기조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저항에 부딪혀 실현되지 않았으나 잠복된 상태로 이따금씩 시・군 합병과 자치구 폐지 등의 양상으로 불거지면서 명맥을 이어왔다.

아울러 대다수 전문가들은 단체장의 연임제한을 3선에서 2선으로 감축시키는 것이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필요한 개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방자치 선진화의 관건은 지방의 창의성과 잠재력 발휘를 속박하는 ‘소용돌이 정치체제’를 분권・참여체제로 전환하는 획기적 지방분권개혁을 단행하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지방분권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대선공약의 철회 의지를 드러내면서 돌연히 헌정질서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 광역시 자치구・군의 폐지, 도의회의 무력화, 단체장의 연임제한 감축으로 중앙집권화의 역공을 펴는 것은 선진 통일한국시대를 열어야 할 공당(公堂)의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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