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새누리당 보수혁신위 첫 회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보수'란 단어를 떼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주장했다고 합니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도 국민들의 말씀을 경청하겠다며 '보수'에서 슬쩍 빗겨갑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강조에 강조를 거듭해 온 '보수우파의 재집권'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모습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보수혁신위원회'란 판을 깔고 차기 대권주자들까지 끌어들여 여권 내 이슈의 중심에 서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내세웠던 '보수혁신'의 개념 자체가 내부에서부터 도전받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보수'란 가치를 선점해 여권 내 차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전당대회에서부터 "보수우파가 재집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왔고 여기에 '보수대혁신'이란 캐치프레이즈까지 선보였습니다. 일각에서 보수가 혁신을 하자는 거냐, 보수를 혁신하자는 거냐 논란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이 상태론 집권 못한다는 덧붙임을 들으면 후자가 더 가까운 뜻 같습니다.
보수대혁신, 보수란 단어를 혁신과 결합시켰을 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그동안 보수정권이 하지 못했던 대대적인 정치적 지형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 아닌가,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란 개념이 워낙 제 멋대로 사용되면서 '꼴통'이란 단어와 더 잘 어울리는 말이 된 게 사실입니다.
'보수꼴통'으로 비춰질까봐 상당수의 보수층이 '중도'에 애매하게 걸쳐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의 일면에는 보수지만 (보수꼴통 집단으로 비쳐지는) 새누리당은 지지하기 싫다는 정치적 요구도 반영돼 있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보수의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보수 진영의 혁신에 앞장선다면 나름 그 파장이 만만찮겠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보수대혁신을 화두로 던진 후 행보를 보면 '김무성 체제' 구축을 위한 '보수혁신' 아니냐는 평가가 더 우세합니다. 당내 공천 시스템 변화, 당무 감사, 당원 교육 등 당장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무성 대권 프로젝트롤 위해 '20만 보수양병설'이니, 당 장악을 위한 친위부대니, 이런 곱지않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무성 대표가 얘기하는 보수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직 인사를 비롯해 보수혁신위 위원들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넣어 김무성표 '보수대혁신'의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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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는 폭식 투쟁을 옹호하고 지원한 인사를 당 전략기획위원으로 위촉한 것을 두고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보수'란 딱지만 붙이고 있으면 극우적, 폭력적 행태를 보인 인사도 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북청년단' 재건을 내세우며 세월호 노란 리본을 떼러 다니는 한 단체도 말로는 자신들을 '보수단체'라고 합니다. 서북청년단은 제주 4·3사건에서 무자비한 살상을 주도하는 등 해방 직후 좌익 진영에 대한 테러를 자행한 극우단체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못할 가치를 내세우는 이 '보수단체'의 보수와 김 대표가 말하는 보수를 국민들은 어떻게 구분해야 합니까. 김 대표가 먼저 대답하지 않는다면 이들 역시 보수혁신의 동지로, 보수우파의 재집권의 동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김문수 위원장과 원희룡 지사가 보수혁신위 첫 회의에서 '국민'을 강조한 이유도 이런 우려 때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