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거대한 벽과 씨름하고 있는 사이 서민들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던 기초생활수급 주거급여 정책이 말 그대로 '시범'으로 끝나게 됐다.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통합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의 특성에 따라 기준이 되는 사람들에게 종류별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당초 5월 개정안이 제출될 때만해도 여야 이견차는 크지 않았다. 새로운 주거급여 내용을 담은 주거급여법 제정안도 이미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거급여 신청 및 지급 절차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도 무난히 통과할 것을 고려해 주거급여 시범사업을 10월까지 실시하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국이 세월호 특별법 논의로 마비되고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내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두고 양보 없는 논의가 거듭되면서 '시범'은 '시범'으로 끝나고 사실상 제도의 연내 시행은 물 건너가게 됐다.
법이 10월에 통과돼도 내년 초 시행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다. 시범 사업을 통해 주거급여를 평균 월 3만원 가량 더 받았던 주거급여 대상자들(2만6000여 가구)은 다시 기존 급여액을 받아야 한다.
제도 시행으로 새롭게 혜택을 보기를 기대한 24만여 가구는 언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고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문제는 본회의에서 민생관련 법안들이 통과된다고 해도 단계별 급여를 골자로 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묶일 전망이다. 본회의는 고사하고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기 싸움만 벌이며 아직 구체적인 논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두 거대 정당의 '치킨게임'에 누구보다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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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정국 경색 상황에서도 복지위 여야 및 정부 관계자 등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두고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논란이 많은 의료법인의 영리부대사업 허용이나 담뱃값 인상과는 별개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게 개별적으로 들어본 여야 의원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상식'은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원포인트' 상임위라도 열어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고 정부도 최대한 빠르게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갖춰야 한다. 옳다고 생각하는일, 하루가 급한 서민을 위한 일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