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전 국가보훈처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발언이 시작되자 회의장이 발칵 뒤짚혔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이 업무보고는 유인물로 대체한다고 했지만 박 처장이 업무보고를 구두로 하겠다고 고집하면서다. 국회법에는 국무위원은 위원장의 허가를 얻도록 돼 있다.
박 처장: 업무보고를 유인물로 대체시도록 했는데 다른 부서 업무보고는 물라도 보훈처는 국감에서 첨예하게 논란이 돼 왔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위원장: 강한 애국심 충분히 인정하지만 회의 운영은 위원회 결정 따라 달라주시는 게 좋습니다...중략...인사와 간부 소개를 하시기 바랍니다
박 처장: 위원장님 말씀을 충분히 인식합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 업무 특히 나라사랑 교육과 관련된 업무는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문제이고 국민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전국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있기 때문에...후략
정 위원장: 처장, 처장, 처장 주장대로하시면 여야간에 좋은 소리가 안 나옵니다...후략
박 처장 : 위원장님 제 말씀 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략
감정을 억누르던 정 위원장이 결국 폭발했다. 정 위원장: 처장, 처장, 지금 국회 설득하려 왔어요? 발언권 안준다는데 왜 자꾸 말씀을 하시나요? 인사말씀하고 간부소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리 가서 앉으세요?
그래도 버티던 박 처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비판을 받고 나서야 지시를 따랐다. 이날 국감은 이걸로 사실상 끝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질의의 집중도가 떨어졌고, 야당 의원들은 박 처장 대신 보훈처 차장에게 질의를 하는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해프닝은 국회 보고 때마다 논란이 됐던 박 처장의 개인 성향 문제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땅 바닥에 떨어진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권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법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자는데 따르지 않고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니. "국회의원들을 국민의 대표로 보지 않는구나" 싶었다.
비단 박 처장 뿐 아니다.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동네북'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기사들이 쏟아진다. 비판 기사들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잘못하는 일들이 많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 '먹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선호하니 언론들이 계속 비판하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이미지는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다.
독자들의 PICK!
국회의원들이 불신 받는 것은 통쾌한 일일 순 있지만, 국가적으로 득 될게 없다.
국가의 주요 정책들은 입법으로 마무리된다. 지금도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민감한 현안들이 줄줄이 걸려있다. 표와 여론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당장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손쉬운 정책으로 흘러가기 쉽다. 국가의 장래는 그만큼 어두워진다.
현장 기자로서 가까이서 보는 국회의원들은 언론에 비쳐지는 것보다는 열심히 일한다. 국회의원들도 더욱 분발해야겠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국민의 대표들을 애정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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