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환풍구 사고 면피용 내부보고서 '눈살'

국토부, 환풍구 사고 면피용 내부보고서 '눈살'

이미영 기자
2014.10.22 17:47

[the300]시공부실 탓 돌리는 '아전인수'격 내부 보고서 만들어 의원실에 돌려

지난 17일 발생한 성남시 붕당구 판교동 환풍구 붕괴사고 현장/ 사진=뉴스1
지난 17일 발생한 성남시 붕당구 판교동 환풍구 붕괴사고 현장/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27명의 사상자를 낸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몰 야외광장 환풍구 사고와 관련해 '면피용' 내부보고서를 국회에 돌려 빈축을 사고 있다.

22일 국토부가 작성해 국회 의원실에 돌린 '판교 추락사고 관련 상황보고'에 따르면 '국토부는 환풍구 기능이나 구조에 대해서만 관여할 뿐 구체적인 설계방법은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가 책임지는 체계다라고 명시했다.

국토부가 정해놓은 환풍구에 대한 건축기준이 있는 만큼 시공사가 환풍구를 그에 맞게 설계하고 기준에 맞는지 적정성을 검사하는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환풍구 사고는 국토부의 건축기준에 맞지 않게 환풍구를 설계해 시공한 시공사 탓이지 국토부의 잘못은 아니라고 스스로 해명한 것이다.

국토부가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환풍구 시공사는 국토부의 건축구조기준이 제시한 하중 기준에 따라 환풍구 설계를 했어야 한다. 환풍구가 건축구조기준 중 '사람이 걸어다니지 않는 지붕'과 유사한 건축물에 해당되므로 1m당 100kg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물의 부위가 수십, 수백 군데인데 이 부분을 일일이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유사 기준에 따라 건축물 설계를 해야하는 만큼 환풍구는 건축구조기준에 나온 점유·사용하지 않는 지붕으로 보고 설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환풍구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시공자가 책임 회피를 하려는 것이다"며 "건축물에 대한 핵심 부위를 시공사들이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가 난 환풍구는 높이가 1m 남짓이고, 행사가 많은 광장과 연결돼 있어 사람들이 올라갈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국토부의 해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환풍구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높이로 시공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걸어다니지 않는 것으로 전제로 하는 지붕으로 보는 것은 국토부의 아전인수격인 해석이다"고 비판했다.

시공한 구조물에 대한 최종평가와 승인이 국토부나 지자체인 성남시의 권한이기 때문에 환풍구에 대한 국토부의 관리 소홀 문제도 제기된다.

국토위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다르면 사고가 난 환풍구조물에 대한 점검 실정을 묻는 질문에 국토부는 "건출물 시설의 구조·안전은 건축사나 건축기술사가 협조하도록 돼 있다"만 답했다. 국토부의 별도 시설 점검이 없었다는 얘기다.

다른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공해 문제로 에어콘 실외기를 2m 높이 이상으로 설치하는 규정이 있는 것 처럼, 환풍구도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더 높이 설치해야 하는 등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도, 국토부가 그저 시공사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입장을 바꾼 부분도 논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교 환풍구 사고가 났던 지난 17일 "환풍구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불과 4일만에 지붕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환풍구 시설에 적용할 법규정이 없다고 발표한 지가 며칠 되지도 않았고, 국회 내부에서도 안전 기준을 마련할 법 개정을 검토중인데 이런 식으로 국토부가 대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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