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민원성 청탁 처리에 본업 뒤로…'무노동 무임금' 반발 정당한가

"(보수혁신위원인 국회의원들이) 매일매일 회의에 참여해 (혁신)안건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12일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회의에서 한 재선 국회의원이 이 같이 푸념했습니다. 보수혁신위가 일주일에 두 번씩 열린 회의 때마다 뚝딱 만들어낸 혁신안들이 충분한 논의와 고민을 거친 것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것도 국회의원인 보수혁신위원들은 회의에 충실히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하게 의견 개진을 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새어나옵니다.
실제 보수혁신위 회의에는 국회의원 보수혁신위원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었습니다. 보수혁신위 회의는 일주일에 두 번, 한번에 3~4시간씩 이뤄지는데 국회 상임위나 지역구 일정을 챙기다 보면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국회의원인 보수혁신위원들이 회의에 너무 많이 빠져 회의 정족수가 부족해 회의를 아예 시작하지도 못한 날도 있었습니다. 뒤늦게 한 의원이 도착해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당초 예정된 회의 시간보다 3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도 일부 국회의원은 지역구 행사가 있다며 회의 도중에 나가야 한다고 미리 예고했습니다. 다른 국회의원은 회의 전날 의원총회 보고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뒤늦게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혁신위가 마련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세비삭감 방안을 떠올리면 보수혁신위원들 자신부터 세비를 내놓아야 할 판입니다.
'이번에 보수가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으로 시작한 보수혁신위에 회의 참석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국회의원들은 너무 바쁘고 해야 할 일들도 너무 많은 겁니다.
오죽했으면 혁신안 보고 의총에서 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원들은 '월화수목금금금' 일한다"며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한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세비삭감 혁신안에 반발했겠습니까.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바쁜 일'이란 것을 살펴보면 과연 누구를 위해 그렇게 바쁘게 일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보수혁신위 회의 중간에 나가야 한다고 한 한 재선 의원은 "상임위 예산소위에 꼭 가봐야 한다. 여기저기서 부탁받은 예산들이 몇 개 있는데 그게 (예산 심사에서) 빠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예산 심사니 예산소위에 참석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산 소위 참석 이유가 이른바 민원성 예산 끼워넣기라면 이것을 '국회의원의 일'이라고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동료 의원들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명운이 달렸다는 보수혁신위를 뒤로 두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보수혁신위 외부 위원들의 눈에 이들 의원이 어떻게 비춰질 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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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보수혁신위의 국회의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소위 지역구 관리를 핑계로 국회 상임위 회의나 정책 논의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태반은 민원성 청탁 처리라고 합니다. 한 국회의원실 보좌진은 "의원실에서 하는 일의 80%는 민원처리"라고 토로합니다.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세비가 아깝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최근 국회 국토위원회 예산심사에서 새누리당의 두 의원이 도로 예산을 두고 볼썽사납게 말다툼을 벌이면서 내뱉은 말이 인상적입니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이거 아니면 뭐 있어?"
국회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공천받거나 당선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분명 국회의원들이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한다는 국민의 비난에 '회의에 참석 안한다고 우리가 일을 안하는 것이냐'고 반발하는 것은 선후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과연 회의를 빠지면서까지 바쁘게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그 일이 정말 세비를 받기에 합당한 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