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다퉈 언론 인터뷰… '문건' 수사 앞서 부담 덜려는 듯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돼온 정윤회씨 관련 동향에 대한 청와대의 내부 보고서 작성 및 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왔던 관련 인물들이 앞다퉈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다.
본인들의 입장을 밝히고 상대를 공격하는 일종의 폭로전으로, 검찰수사를 앞두고 당사자들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권력 실세들간 권력암투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2일엔 정씨 본인과 이번 보고서 작성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각각 주요 일간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제기돼왔던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전비서관은 문건의 내용의 신빙성에 초점을 맞춘 입장을 밝혀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문고리권력 3인방으로 지칭되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 3명을 정조준했다.
반면 정윤회씨는 문제의 보고서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서 작성 경위에 초점을 맞춘 공세를 폈다.
지난달 28일 해당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한 청와대의 법적 대응 방침에 따라 검찰의 관련 수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고서 내용의 진위와 작성·유출 경위 등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섬으로써 추후 검찰 조사 등에 임하는 부담을 덜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사실관계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번 '정윤회 문건' 논란이 당사자들 간의 진실공방 양상으로까지 번져나가는데 대해선 다소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읽히고 있다.
◇'문건' 내용 진위 놓고 대립각
조 전 비서관은 2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된 정씨 관련 보고서 내용의 가운데 "6할 이상"은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세계일보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보고서('靑'은 청와대, 'VIP'는 대통령을 지칭) 내용을 보면,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정씨는 최근에도 정씨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과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동향을 논의해왔고, 특히 작년 연말 송년 모임에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說)' 유포를 지시했던 것으로 돼 있다.
이 보고서는 올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하던 경찰 출신의 박모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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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인터뷰에서 "그 모임(정씨와 이 비서관 등의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얘기(김 실장 교체설 지시 등의 보고서 내용)가 나왔다고 (박 경정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그 내용이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과 김 실장에게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첩보가 사실일 가능성이) 6~7할쯤 되면 상부 보고 대상이 된다"면서 "(박 경정이) 거짓말해서 이득 볼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날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일보 보도 문건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씨는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면 청와대에서 확인해 일벌백계해야지,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일이냐"면서 "민정(수석실)에서 하는 일이 그건데, (안 했다면) 직무유기다. 뭔가 감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씨는 지난달 29~30일 보고서 작성자인 박 경정과 통화했을 당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씨에 따르면, 박 경정은 이번 문건 논란과 관련해 '그걸 밝히려면 윗선에서 밝혀야 하지 않겠냐. 그 사람들이 얘기해야 하지 않겠냐'고도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경정 본인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씨는 또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람을 시켜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토록 했다는 내용의 지난 3월 '시사저널' 보도 또한 "민정수석실에서 조작한 것"이라면서 "청와대도 (이번 일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런다면 나도 이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씨는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국정개입 의혹 등과 관련,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고 했었다.
지난 5월 시사저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정씨는 이번 세계일보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시사저널 보도=오보' 설명은 같아
그러나 이처럼 세계일보가 보도한 보고서 내용에 관해선 조 전 비서관과 정씨 양측 주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이날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의 주장이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정씨가 "민정수석실의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한 시사저널 보도에 관한 내용에서다.
조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시사저널 보도는 100% 오보"라며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잡아 (정씨가 보낸 사람이란) 자술서를 쓰게 했다는 기사 내용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정씨 또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미행한 사람의) 자술서가 있다기에 (박 회장) 집으로 찾아가 보여 달라고 했었다"면서 "그땐 박 회장이 (자술서를) '주겠다'더니 이후 연락을 끊었다"고 밝혔다.
다만 조 전 비서관은 "당시 박 회장이 정씨 쪽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조심하란 말은 들은 것 같다"며 "그래서 박 회장이 김기춘 실장에게 '만약 사실이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 미행 건과 관련해) 나한테 알아봐 달라고 한 건 없었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실 근무 당시 박 경정 등을 통해 대통령 친인척 중 박 회장 일가를 전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시사저널 보도를 전후로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이 잇달아 청와대를 나오고, 또 이보다 앞서선 정씨 동향에 관한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정씨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 측과의 권력 갈등이 이번 문건 논란의 한 배경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한 만큼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윤회, 이재만 등과의 통화는 시인하기도
이밖에 조 전 비서관이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자신이 정씨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자, 이 비서관이 '전화 좀 받으시죠'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정씨와 이 비서관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해 정씨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시사저널 보도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과 통화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안 돼 이 비서관에게 연락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YTN 인터뷰에서 이번 세계일보 보도 문건과 관련해서도 이 비서관 등과 통화하고 관련 대응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나올 때 굉장히 걱정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선 한 마디 발표도 없고 해서 더 화가 났다"며 "내 문제 때문에 그런 거라면 진짜 공개해야 하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정씨와 관련된 다른 의혹을 조사한 게 있냐'는 물음엔 "신빙성이 높은 건 없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 조 전 비서관과 정씨 등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 "지금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는 검찰 수사를 앞둔 본인들의 주장"이라면서 "그 사람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수사의 쟁점이 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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