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품위있게 죽을 권리④]

'존엄사'는 대부분의 나라가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지만,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유럽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존엄사는 생명유지장치 제거 등 소극적인 방식인 반면 안락사는 약물 투입 등 적극적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태국 등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안락사를 허용하는 이른바 '깊은 잠' 법안이 하원 의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상원에서의 논의를 남겨두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한 곳은 네덜란드다. 기존에 판례를 통해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안락사를 허용했던 네덜란드는 2000년 하원에서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2002년 안락사 허용법을 시행했다.
법으로 정해진 안락사의 조건은 △불치병 환자일 것 △고통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할 것 △환자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안락사에 동의할 것 등이다. 네덜란드에서 이뤄지는 안락사의 약 90%가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후 영국 등 인근 국가의 말기암 환자들이 안락사를 위해 네덜란드를 찾는 경우가 늘었고,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인근국들도 잇따라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다.
19세기말부터 안락사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어온 영국은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극적 수준의 안락사는 사실상 묵인되고 있다.
일본도 1995년 요코하마 법원의 판결 이후 안락사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당시 요코하마 법원은 △환자가 참기 힘든 고통 △죽음의 임박성 △본인의 의사 △고통제거수단의 유무 등을 기준으로 안락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는 안락사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 주별로는 44개주가 안락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오리건주만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나머지 주는 법에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오리건주는 1997년 안락사 허용법을 제정, 만 18세 이상의 말기 불치병 환자가 2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6개월 내 사망' 진단을 받을 경우 독약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에 연방 법무부가 연방법인 금지약물법에 위반된다며 극약을 제공하는 의사의 면허증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리건주의 의사들과 환자들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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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에서도 안락사 허용법이 1988년, 1992년 두차례 주민투표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워싱턴주에서도 1991년 '죽을 때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에 대해 주민투표가 시행됐으나 부결됐다.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다가 철회한 나라도 있다. 호주 연방은 1996년 안락사 허용을 법제화했으나 6개월만에 이 법안을 폐기했다. 그러나 생명유지장치 제거 등 존엄사에 대해서는 호주 8개주 가운데 3개주가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