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국무총리의 말

국회 대정부질문이 졸지에 이완구 국무총리 청문회가 돼버린 14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야당 국회의원이 거두절미하고 "이완구 수사 중지시켜야겠다. 사람 또하나 잡게 생겼으니……."라고 말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이완구 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걸겠다고 한 발언에 대한 뼈있는 농담이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섬뜩하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국내를 비우는 동안 쿠데타라도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습니다. 목숨까지 걸겠다는 이 총리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느냐는 의미에섭니다.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것보다 국무총리가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선 불쾌했습니다. 본인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된 수사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총리가, 정치인이 국가와 국민, 법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률에는 돈을 받을 경우 처벌에 대해 '목숨'을 운운한 규정은 없습니다.
아무리 자기 목숨이라지만 생명을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듯한 발언이라는 것은 이 총리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라 치고...한 나라의 국무총리가 '목숨' 운운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언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스스로를 방어하는데에 이처럼 '장삼이사'가 저잣거리 다툼에서나 할 말을 내던지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대통령이나 총리 정도의 국가지도자는 말 하나, 발걸음 하나가 국가의 규범과 국민적 관념에 큰 영향을 주는 법입니다. 실제 총리가 목숨을 걸 일이 없다하더라도 이런 말을 내던진다는건 본인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는 과격함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쿠데타라도 할 것 같다"는 말이 그냥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정치인들의 수사와 관련해 직접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리부터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을 이 총리가 국무총리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것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주장합니다.
검찰 수사를 떠나 이 총리는 '목숨' 운운한 발언으로 총리직에 맞는 품격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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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께 요청드립니다.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 중에 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한다는데 이런 '섬뜩한' 말을 불사하는 총리를 국정을 대행한다는게 불안합니다. 제발 해외순방 나가지 마시고 직접 이 총리의 일을 마무리지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