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겉으론 '혁신위 활동 존중'…속내는 '문재인 책임론 재점화' 의도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 희망이 없다.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마무리 하는 9월까지는 지켜보겠다."
박지원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 의원 12명은 지난 8일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진 '광주 회동'에서 이 같이 뜻을 모았다.
표면적으로는 혁신위 활동 기간 내에 최대한 당내 갈등을 피하고 혁신위의 활동을 존중해주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혁신위 활동 성과를 두고 문 대표 퇴진론을 재점화 시킬 수 있는 '명분'으로 보고 있다. 혁신위 성과가 미흡하면 문 대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당을 쇄신하고자 당의 총의를 모아 한달뒤인 5월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혁신위가 내놓은 성과가 미미할 경우 문 대표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7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만만찮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내놓을때마다 "당원을 무시하고 분란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혁신위가 발표한 1차 혁신안의 경우 '재보궐 원인 제공시 해당지역 무공천' '부정부패 연루로 기소 시 당직 박탈' '당무 감사원 설립 및 당원소환제 도입' 등이 포함됐는데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발표된 2차 혁신안 역시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직을 폐지하기로 해 문 대표의 권한만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부추겼다.
5차 혁신안은 의원정수 증원 논란을 촉발시켰다.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 도입 △의원 정수 증대(369석, 예산동결) 문제 논의 등을 제안한 때문이다.
이에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29일 "혁신위는 정개특위가 아닌 당의 혁신위다"라며 "저희 당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조금 더 집중해주면 좋겠다. 일단은 당내 개혁에 조금 더 집중할 시기"라며 혁신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혁신위에 대한 당내의 탐탁치 않는 시각을 드러낸 단적인 발언인 셈이다.
또 의원정수 확대는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것으로 새정치연합은 혁신위의 발표에 '의원유지'가 당론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혁신위의 이러한 발표는 당원을 무시하고 분란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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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에 대한 회의론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한 달 뒤 혁신위 종료 시점이 당내 갈등이 분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춤했던 야권 신당론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것도 새정치연합 현 지도부와 혁신위가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이렇다할 민심 수습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박주선 의원은 지난 11일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해 혁신위를 정조준했다.
박 의원은 "혁신위가 당 개혁의 본질적 내용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 채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9일에는 국회의원 후보 중 10% 이상을 청년 후보에게 할당할 것을 제안했다"며 "혁신위의 발표는 국민의 생각과는 동떨어지거나 기존 안의 재탕 삼탕에 불과한 내용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위는 당의 앞날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혁신위가 지금처럼 부실한 혁신안을 최이종적으로 제출한다면 당은 큰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당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한 박 의원의 이 같은 언급은 혁신안 최종 제출 시점을 '행동 시점'으로 경고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