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北 도발 억제 실질적 효과…당국회담 재개·이산가족 상봉, 南北관계 '전기'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과 포격 도발 이후 최고조에 이른 군사적 긴장을 타개하기 위한 '남북 2+2 고위급 접촉'이 나흘째인 25일 타결되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기가 마련됐다.
북한이 '체제 유지'에 가장 치명적으로 받아들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앞으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됐다.
또 남북이 당국회담을 재개하고, 이번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박근혜정부의 대북 구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확실한 사과' 불발···'재발방지' 성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새벽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2+2 고위급 접촉' 합의문을 발표하고 "북한이 요구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다"며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인지 고민했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도발 재발방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역점은 둔 것은 북한의 주체가 분명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매번 반복돼 왔던 (북한의) 도발과 불안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확실한 사과'는 끝내 받아내지 못했다. 합의문에서 북한은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감 표명의 대상도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DMZ)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정리하며 도발의 주체가 자신들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최근 목함지뢰 매설과 선제 포격에 대해 줄곧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발방지' 문제에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우리 측은 북한이 '체제 유지'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하면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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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앞으로 군사 도발 등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는 뜻"이라며 "이 같은 조건을 북한이 받아들인 것은 사실상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동의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근혜정부가 꾸준히 요구해 온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키로 남북이 합의한 것도 이번 회담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다. 남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는 한편 앞으로도 이를 계속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기로 하고 접촉 시점도 다음달초로 못 박았다.
한편 양측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 개최키로 합의하면서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한반도 평화통일 구상) △통일대박론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화해와 협력에 기반한 남북관계 구상을 내세워왔다.
◇ '준전시상태' 군사적 위기 해소
한편 북한이 이날 합의를 통해 준전시상태를 해제키로 함에 따라 일촉즉발의 한반도 군사적 위기 상황도 해소됐다.
지난 20일 서부전선에서의 북한의 선제포격과 우리 측의 대응포격 이후 남북 간에는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왔다. 포격 당일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했다.
22일 오후 '남북 2+2 고위급 접촉'이 시작됐지만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은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23일 북한은 잠수함 50여척을 기지에서 발진해 전개하고 휴전선 주변에 즉각 사격이 가능한 전방 포병전력을 2배 증강했다. 24일에는 상륙작전을 감행할 수 있는 공기부양정 20여척을 전진배치했다.
이에 한·미연합군은 23일 한국의 F-15K 전투기 4대와 미국 F-16 전투기 4대를 동원해 무력시위 비행을 벌이는 한편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검토하며 맞섰다.
이번 회담은 여러모로 전례가 없는 파격으로 진행됐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김관진)과 통일부 장관(홍용표), 북측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황병서)과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김양건)가 참여한 '2+2 고위급 접촉'은 남북 회담 역사상 처음이었다. 남북 간의 단일 회담이 무려 4일 동안 이어진 것도 사상초유다. 22일 오후 6시30분 시작된 이번 회담은 23일 한차례 정회를 가졌을 뿐 25일 새벽 0시55분까지 '차수 변경'없이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회담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참모들과 함께 회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회담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 우리 측은 최근 도발에 대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시종일관 요구했다. 이에 북측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하며 "확성기부터 끄라"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지뢰도발 등 일련 사태에 대해 북한을 주체로 한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 과정에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회담이 길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