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위기의 지방재정

[런치리포트]위기의 지방재정

박용규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10.29 09:19

[the300](종합)

[편집자주] 29일은 민선 지방자치가 전면 시행된지 20년이 되는'지방자치의 날'이다. 20년간 지자체의 외형은 커졌지만 지방재정 자립도가 시행 첫해 63.5%에서 지난해 50.3%로 크게 떨어지는 등 정 지방재정은 위기에 처했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지방재정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파탄직전 지방재정…정부 '워크아웃' 법제화 추진

서울시 38세금징수과와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비교 인근에서 지방세·과태료 체납차량 및 대포차 단속을 벌이며 번호판을 영치하고 있다.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38세금조사관을 비롯한 25개 자치구 세무공무원 등 330명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교통경찰관 65명 등 400명을 투입해 시 전역에서 자동차세 2회 이상 체납차량, 등록 명의자와 실제 운행자가 다른 불법차량을 단속한다고 밝혔다.2015.5.28/뉴스1
서울시 38세금징수과와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비교 인근에서 지방세·과태료 체납차량 및 대포차 단속을 벌이며 번호판을 영치하고 있다.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38세금조사관을 비롯한 25개 자치구 세무공무원 등 330명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교통경찰관 65명 등 400명을 투입해 시 전역에서 자동차세 2회 이상 체납차량, 등록 명의자와 실제 운행자가 다른 불법차량을 단속한다고 밝혔다.2015.5.28/뉴스1

지방자치제 전면실시 20년이 됐지만 지방세 수입이 세입 예산의 50%가 넘는 지자체는 서울 단 한 곳에 불과할 만큼 지방재정은 열악한 상황이다. 급기야 정부가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자체에 파산을 선고하고 재건을 돕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지자체 파산제도' 지방재정법 개정안 제출

정부는 지난 20일 '지자체 파산제도'를 뼈대로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지자체를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하고 관리인을 파견해 재정 위기를 돕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3년간 재정건전화계획을 시행하고도 재정악화가 해소되지 않은 경우 △지자체 공무원 인건비를 30일 이상 지급하지 못한 경우 △상환일이 도래한 채무의 원금 또는 이자를 60일 이상 지급하지 못한 경우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긴급재정관리단체는 행자부 장관이 직권으로 지정할수 있고 지자체장이 신청할 수도 있다.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행자부는 긴급재정관리인을 파견한다. 기업체 파산시 법원이 지정하는 '법정관리인'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지자체장이 입안하는 긴급개정관리계획을 검토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의 예산편성권은 제한된다.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 등을 긴급재정관리계획에 따라 수립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긴급재정관리인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악화일로 '지방재정', 자체수입으로 인건비 미해결 기초단체 78곳

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에 개입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자체 재정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지방세 수입만으로 재정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은 대다수 지자체가 동일하다. 올해의 경우 예산대비 지방세 수입이 세입예산의 10%도 안되는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98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공무원 인건비를 자체수입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 9월 발간한 '인건비 미해결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여건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자체수입(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78곳에 달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부에서 내려주는 교부세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처분만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쪽짜리 지방자치로 불리는 이유이다.

국회 관계자는 "금기처럼 돼 있는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거나 지방세 수입을 위한 비목 개선 등 지방재원 확보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재정당국의 큰 결단이 있어야만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지방재정 확충 목소리는 높지만...개정안은 '낮잠 중'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재정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 핵심과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는 있지만 한정된 국가예산으로 지방재정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반대논리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이 담긴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12건 계류돼 있다.

야당 의원들은 법안에서 지방교부세법 개정의 핵심은 현행 내국세의 19.24% 수준인 교부세율의 인상이라고 주장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백재현, 황주홍, 이목희, 김춘진, 주승용 의원 등이 교부세율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올해 내국세 총수입은 본예산 기준으로 184조4907억원이다. 교부세율을 현행보다 최대 2.76%포인트 증가하는 안(김춘진 의원 발의)으로 계산하면 약 5조원 이상의 교부세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보통교부세의 교부기준인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의 산정 기준을 조정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기준재정수요액 및 수입액은 해당 지자체의 연간 재정수요와 수입을 지자체별 특성을 감안해 조정한 수치다. 서울시와 경기도 수원시 고양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수요액이 더 많다.

여야 의원 4명이 발의한 개정안들은 산정기준을 변경해 지자체간 유불리를 조정(안민석, 이한구, 윤재옥 의원안)하고 특수한 지역적 상황(부좌현 의원안)을 고려하자는 내용이다.

교부세 세목을 신설해 보통교부세 교부금 총액을 늘리자는 내용도 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사회복지세를 신설해 교부금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복지예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를 감안하지 못하는 기준재정 수요액 및 수입액 산정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개정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타 사업에 사용할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를 위해 증액교부세를 신설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교부세 정산시기를 조정하자는 내용의 개정안도 있다. 세수결손에 따라 교부세의 정산분(예결산 차액) 규모 역시 커지고 있어 지방재정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정산유예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지자체의 재정운용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법안들은 발의되고 있지만 정작 국회 차원의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교부세율을 올리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한정된 내국세 총액에서 다른 사업에 쓸수 없는 예산이 줄어드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등 반대 논리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19대 국회 기간을 감안하면 이 기간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교부세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도 보통교부세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재정여건이 열악한 상황에 무턱대고 인상 주장을 할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방재정의 덫, 사회복지예산…인건비 빼면 남는게 없어

민선 지방자치가 전면 실시된지 20년이 됐지만 지방재정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화와 보육 관련 예산 확대 등 국가 차원의 사회복지예산 증가가 지방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예산은 '지방사무' 성격을 띠고 있어 대체로 국고보조와 지자체 예산이 합해져 집행된다. 지자체 세출 증가율보다 사회복지예산부분 세출증가율이 더 빠르다. 2008년 이후 지자체 세출증가율은 연평균 4.6%증가에 그쳤지만 사회복지지출은 10.7% 증가했다. 지자체로서는 지방세수입 등 돈 들어올 주머니는 뻔한데 지출만 늘고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8일 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전체 예산 대비 사회복지예산 비율이 50%가 넘는 지자체가 48곳에 달한다.

사회복지예산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광주광역시 북구였다. 2015년 전체 4683억원의 예산 중 3284억원이 사회복지예산이었다. 광주 북구 공무원 인건비 517억원을 제외하면 광주 북구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882억원에 불과하다.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이처럼 높다보니 다른 사업에 사용할 예산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재난안전사업에는 12억8000만원, 산업 및 중소기업 사업에는 15억원이 사용됐다.

같은 광주광역시 내 다른 자치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광역시 동구의 경우 전체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643억원이 남는다. 액수는 광주 북구가 더 많지만 광주 동구에 비해 인구가 4배나 많다. 사회복지를 제외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광주 북구는 1인당 19만7000여원을, 광주 동구는 64만원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런 사정은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50%가 넘는 48곳 모두 광역시 내 자치구이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지속적인 사회복지예산 증가가 중장기적으로 지방재정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2025년이 되면 지방예산대비 사회복지 비중이 올해 31%에서 48%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사회복지예산 추진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장실 의원은 "사회복지사업을 현장에서 직접 수행하는 지자체가 해당 예산으로 고통받아서는 안된다"면서 "특히 국고보조금 사업 중 법정 의무 지출분 조정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성일 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사업과 지방재정 토론회'에서 "적정 보조율 이하의 재정지원, 단기에 이뤄지는 급격한 사업 확대, 예산조절이 불가능한 부담 방식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국고보조사업의 독립적 심의기구 설치 △기준 보조율 법제화 △지방재정영향평가 실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만성적자' 지자체, 지방세 체납 징수는 뒷전(?)…명단공개·출국금지 요건 강화 필요

지방자치단체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체납 지방세 징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습 체납자에 대한 처분 기준을 강화하고 지방세 체납 활성화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8일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방세 체납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방세 체납액은 3조7214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4년 기준 내국세 179조원의 약 2% 규모로 지자체 보통교부세가 내국세의 19.24%(약 35조원) 수준임을 감안할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같은당 임수경 의원이 28일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동차세 징수율 자료에 따르면 2011년~2014년 징수율은 14.1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징수해야 할 지방세 중 2조9582억원을 걷지 못한 것이다.

지자체의 세외수입인 과태료 미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민기 의원에 따르면 2014년 과태료 미납 총액은 자동차세와 비슷한 2조9810억원 규모다. 과징금 및 이행강제금도 173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방세 체납으로 잡히지 않는 지난 3년간 세수결손액 1조1600여억원까지 감안하면 실제 지자체의 세수 부족분은 더욱 커진다. 지자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만큼 재원확보 노력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지방세 체납처분과 징수 등은 현행 국세징수법 관련 조항을 준용한다. 3000만원 이상 고액 상습 체납자에게는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행정제재 및 해외도피 목적의 국외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는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다. 체납자는 관허 사업의 면허나 인가 등에서도 제한을 받고 체납자의 재산이 타 지자체에 있는 경우는 징수촉탁(대리 징수)를 요청할 수 있다.

국회 안행위 관계자는 "현행 지방세 체납 규모가 적잖은 만큼 체납 징수와 관련한 법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행 3000만원으로 돼 있는 고액 체납자 명단 공개 기준과 출국금지 기준 등의 강화를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체납 지방세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인식변화기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안행위 소속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방세가 세수입에 큰 부분을 차지 않기 때문에 체납 징수에 미온적일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체납을 줄이기 위해 인센티브 방안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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