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예산안 통과까지 靑·야당 사이 동분서주

#1. 지난 1일 밤 국회.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하루 앞두고 여야 원내지도부 간 마지막 담판이 막 시작되려던 찰라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회동장 옆 화장실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언제쯤, 몇분쯤 도착하세요? 9시 5분? 5분이요? 네. 모두발언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안 하신다고요? 그래요. 우리끼리 얘기하죠 뭐."
회동 직전까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챙기는 원유철 원내대표의 전화 통화 내용에서는 꼼꼼함과 함께 어떻게 해서든지 협상 분위기를 이끌어 가려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원 원내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통화를 마친 후 "제가 이종걸 (원내)대표 스토커에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 잡으러 다니는 게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2. 이날 심야 회동은 수 차례 결렬 위기를 맞았다. 새누리당이 노동개혁 5개법안의 연내 처리를 합의 사항에 넣자는 제안을 갑작스럽게 들이밀면서 협상은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다. 당초 '3+3 회동 참석자가 아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양당 간사가 불려들어오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까지 출동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 참석자들이 하나 둘, "이런 협상은 못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인사들이 이 원내대표에게 협상을 중단하고 나가자며 잡아일으키는 순간 원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를 껴안았다. 다급하게, 그러나 곰살맞게 "형님, 이 동생을 봐서라도 일어나지 마시고 협상을 계속 해봅시다"고 이 원내대표를 달랬다. 자정을 넘어 새벽 2시까지 마라톤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 이 원내대표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회동을 지켜몬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 협상을 깨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원 원내대표가 인내심을 갖고 이 원내대표에게 끝까지 잘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며 "이 원내대표도 그런 진정성을 알아주고 신뢰한 것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3. 이날 원 원내대표가 달래야 할 협상 파트너는 야당 말고도 또 있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야 회동 전 오후부터 원내대표실과 원내수석부대표실을 오가며 협상 과정을 챙기고 있었다. 청와대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운 것이 여당 원내대표의 숙명이긴 했으나 긴박한 협상 상황에서 현기환 정무수석의 존재는 적지않은 압박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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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현 수석이 머무는 원내수석부대표실로 여당 원내지도부가 바삐 오갔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잠깐 나온 현 수석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있었다.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여야 지도부가 함께 마련한 절충안에 대해 현 수석이 어깃장을 놓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노동개혁 5법의 연내 처리를 고집하는 청와대의 뜻과 이를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측 반발 사이에서 원 원내대표의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가까스로 생각해낸 절충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였다. 시점을 못박는 것은 안된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에 이번을 뺀 채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로 한발 더 물러섰다.
이에 대해 현 수석이 못마땅해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원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측 주장을 따르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을 마친 후 청와대가 이번 합의에 만족할 것 같냐는 질문에 원 원내대표는 "잘 모르겠다"면서 "그래도 열과 성을 다했으니까…"라고 말을 흐렸다. 내년도 예산안은 3일 새벽 무사히 처리됐지만 원 원내대표에겐 아직 노동개혁 법안 등의 처리를 위한 마지막 일주일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