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무쟁점법 212건만 통과, 새해 선거구 무효화 '비상'…국회의장 직권상정 유력

'선거구 획정'과 '노동개혁 5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물밑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여야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법안 212개를 통과시켰다. 대량해고 논란이 있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찬성 210명, 기권 9명으로 가결됐다. 시간강사법은 지금까지 두 차례 걸쳐 시행이 3년간 유예된 바 있다.
범칙금을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등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경범죄 처벌법' 개정안과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의 원재료 검사 확인을 의무화하는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 등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생활법안들이 다수 처리됐다.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에는 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준을 의무 적용하고, 원재료 사용 함량과 관계 없이 유전자변형 기술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표시토록 하는 안이 담겼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 사태의 후속 대책이다.
디젤(경유)차량 배출가스 조작으로 큰 논란이 됐던 폭스바겐 후속 대책도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신고 사항과 다른 내용이 적발될 경우 자동차 제조사에 부과되는 과징금 액수를 최대 100억까지 올려 받는 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심을 모았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정부가 지원토록하는 방안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해 효력 발휘를 눈앞에 뒀다. 또 감염병 발생시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대학병원 등이 환자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방의료원이 지역거점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이 통과해 메르스 사태 후속 대책들이 마련됐다.
성폭력 사례가 증가하면서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법안들도 국회의 벽을 넘었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범죄에 '유사강간죄'를 추가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법' 개정안과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가 교단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나란히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당 활동에서 이용자의 휴대번호를 알 수 없게 만든 '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재외선거에서 공관외에도 투표소를 설치할수 있는 근거도 만들어졌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정당은 당내 경선 및 여론조사 뿐만아니라 통상적인 정당활동에서도 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국회의원 후원금의 20%를 다음해로 이월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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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숙원 법안인 '탄소소재 융복합기술개발·기반조성지원법(일명 탄소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날 본회의 상정 예정 안건에서 최종 제외됐다. 이들 2개 법안은 여야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상정을 강력 반발해 상정 예정 안건에서 빠지게 됐다.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을 비롯한 주요 쟁점법안과 이들 법안의 처리를 연계하는 협상 전략을 고수해온 만큼 이들 법안만 먼저 통과시켜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일명 생활임금제법)은 저소득 근로자의 주거·교육·문화비와 물가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정 최저임금을 현행보다 20% 이상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 노동개혁 5법 등 쟁점법안은 마지막 본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 이견차로 올해를 넘기게 됐다. 또 테러방지법의 경우 여당이 테러방지센터를 반드시 국정원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등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주요 쟁점법안을 1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다음 달 8일까지도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인 선거구 획정은 이날까지 여야간 합의가 안 되면서 1월1일 0시를 기해 모든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사실상의 획정안 협상 D데이인 31일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끝내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이날 자정, 즉 1월1일 0시를 기해 획정 기준에 대한 국회의장 의견을 선거구획정위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연내 선거구획정안을 정리하지 못하게 되면 현행 선거구의 법적효력이 다하므로 '입법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고 말해 왔다.
그는 "오늘 0시(자정)부터는 입법비상사태가 되는 것"이라며 "0시를 기해 획정위에 제가 준비한 기준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구를 현행보다 7석 늘린 253석이 될 가능성에 대해 "의장으로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며 "새 합의가 안됐으니 13년간 지켜온 현행 246석이 합의된 상태라는 게 제가 가진 합리적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