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선거 막판 색깔공세, 사실왜곡도 포함…소수자 대변할 국회의원 차단할 수도

"더민주 후보는 시민단체서 극렬하게 활동한 인사입니다. 말로는 시민 위한 단체지만 반애국적 반민생적 인물입니다. 군에서 동성애를 수용할 수 있는 군법을 발의했습니다. 동성애는 인륜을 배반한 일인데 군에서 이런 행위를 하면 군 기강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김을동이 여성으로서 어려운 데 와서 고군분투하는데, 야당에서 꼭 여자를 골라서 김을동 죽이라는 판국입니다. 운동권 출신의 아주 격렬한 반국가단체 일했던 사람에게 우리 장군의 손녀가 밀려서 되겠습니까 여러분!"
20대 총선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서울 송파병의 김을동 후보 지원유세에서 더민주 남인순 후보를 겨냥해 한 말이다. 김 대표의 이 발언은 윤리성을 따지기에 앞서 사실 왜곡이란 점에서 문제적이다.
남 의원이 2013년 대표발의한 군형법 개정안은 영내와 전투지역에서 강간죄의 적용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남성이 강간을 당한 경우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취지다. 또 친고죄 조항을 삭제해 제3자가 신고해도 수사를 받도록 하고 '유사강간죄'를 실설하는 등 동성애를 조장하기는커녕 처벌을 강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는 당시 군 내 동성간 성폭력이 증가하는 실태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 소속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내 동성간 성폭력 사건은 2013년까지 해마다 90건 이하였지만 2014년 22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85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급자가 지위를 악용해 후임자에게 저지른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이 법안은 이처럼 군 내에서 상급자에게 원치 않는 성폭력을 당하는 남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2013년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도록 개정된 바 있으며 결국 2013년 3월 같은 내용을 담은 김광진 의원의 군형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 중이다. 김 대표의 말대로라면 군대에서 원치 않는 강간을 당한 남성들은 모두 동성애자들인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동성애'를 필두로 한 여당의 '색깔론' 공세가 거세다. 김 대표의 발언은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대책위는 지난 3일 '동성애를 옹호·조장한 국회의원 후보 19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 의원의 개정안이 '군형법 92조6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안의 취지를 오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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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시민단체가 낙선 대상자로 꼽는 이들은 주로 △'군형법 92조' 관련 개정안 발의자 △차별금지법안 발의자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반대의사를 밝힌 자 등이다. 해당 법들은 모두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는 2007년 법무부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예고했다 논란을 겪은 뒤 자동폐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정추진과제로 이 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대부분의 인권 선진국은 이미 채택하고 있으며 강력한 처벌을 수반하는 법률이 아님에도 보수·개신교 진영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이 법을 '동성애 촉진법'으로 규정, 반대운동을 전개해왔다.
물론 모든 개인은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 동성애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 낙선운동을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자유다. 하지만 차별 금지가 옹호나 조장이 아니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것은 우리 헌법에도 나와있는 인권의 기본 개념이다.
김무성 대표가 이를 모르고 '동성애 차별' '동성애 혐오' 마케팅을 펼치진 않았을 것이다. 이미 10여년 전 만들어진 새누리당 윤리강령 20조는 당원은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김 대표는 그저 이런 '색깔론' 전략이 선거를 며칠 앞두고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시민단체에서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의 권리증진을 위해 투신해온 동료 의원을 향해 '운동권', '반국가단체' 운운하는 건 자당 후보를 '장군의 손녀', '애국자'로 부각하기 위한 전략일 뿐 진심이었을 리가 없다.
남 후보측은 결국 11일 '시민단체서 반애국적, 반민생적 활동을 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북한을 두둔한 단체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한 김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성소수자들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며 인권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변자라고 한다면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를 대변할 이들도 있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국회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문제라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소수자들을 법 테두리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들을 싸잡아 '동성애 옹호'로 매도하고 몰아세운다면 앞으로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소수자 보호를 위해 나설 국회의원이 있을까? 색깔론은 역대 선거에서 손쉽게 보수층을 결집시킨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색깔론'은 먹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