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국정기획위-정부 부처 '동상이몽'…촉박한 일정 속 '불도저식 운영'도 한몫

문재인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정부 부처간의 ‘불협화음’이 마침내 터졌다. 국정기획위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 거부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누적된 갈등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미래부의 보고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미래부를 공격했다. 최 위원은 7일 재차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비판이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과 조율된 사안”이라며 개인의 돌발행동이 아닌 국정기획위의 의견임을 공식화했다.
최 위원의 입을 통해 터져나온 ‘선전포고’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업무보고 과정에서부터 조짐이 보였다. 각 부처 업무보고가 끝날 때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국정기획위가 불만을 토로했고, 그 빈도가 점차 잦아졌다.
각 부처가 몸집 불리기 등 ‘희망사항’을 업무보고에 담은 것 역시 자문위원들을 자극했다. 국정기획위에 참여중인 한 민주당 의원은 “업무보고가 진행될수록 각 부처가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부처들이 맥을 잘 못 짚은 것 같다”는 반응도 빈발했다. 업무보고 내용이 형식적이고, 새 정부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점령군이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던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부처들이 공약을 베껴서 가져오는 등 표지갈이만 했고, 진정성이 없다”고 작심발언을 한 것도 이런 연유가 있다.
정부부처들은 또 각 부처대로 답답함을 호소한다. 장·차관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부처 내 방향이나 정책을 결정지을 총책임자가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작업을 진행한 1급들도 자리를 지킬 지 알 수 없다. 또 토론 형식이라고 하나 공약이라는 틀에 맞춰 실현 방안을 집어 넣어야 했고, 특히 그동안의 정부 정책과 입장을 180도 뒤집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영혼이 있는 정책’은 언감생심인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업무보고에 들어가면 첫 마디가 그간의 일을 반성한다로 시작한다”며 “(자문위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공격부터 해 의욕이나 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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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국정기획위가 설정한 촉박한 데드라인도 불화의 한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기획위는 이달 셋째주까지 문재인 정부의 5개년 계획 틀을 만들고, 이달 말까지 국정과제를 확정하겠다고 했다. 7월 초였던 대통령 보고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최장 70일인 국정기획위 운영 기간의 절반 정도만에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논란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국정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조급한 일정으로 인해 각 부처에 빠른 결과물을 요구하면서 ‘불도저식’이 됐고 공무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당겨진 타임테이블 때문에 주말까지 반납하며 일하고 있지만 정책 구상 등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
한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사안이 워낙 많아 조율 과정이 상당히 필요한데, 시간이 정해져 있어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부처 입장에서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정기획위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 당선 즉시 집무에 돌입해 인사권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국정기획위가 과거 인수위만큼의 부처 장악력을 갖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다. 각 부처를 휘어잡던 전 정부 인수위에 비해 권한이 줄어든 만큼 부처와의 ‘팀워크’에 중점을 둔 운영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