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은산분리 동상이몽

[런치리포트]은산분리 동상이몽

우경희 김민우 백지수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08.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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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카뱅'은 과연 다음카카오의 사금고가 될까

두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약칭 카카오뱅크)이 영업을 시작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7시부터 계좌 개설을 비롯해 일반인을 상대로 한 은행 영업을 시작했다. <br><br>왼쪽부터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김주원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 이진복 국회정무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br>2017.7.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두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인 한국카카오은행(약칭 카카오뱅크)이 영업을 시작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7시부터 계좌 개설을 비롯해 일반인을 상대로 한 은행 영업을 시작했다. <br><br>왼쪽부터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김주원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 이진복 국회정무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br>2017.7.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은산분리(은행과 산업 자본의 분리)의 취지는 대기업이 은행을 마치 사(私)금고처럼 악용하는 상황을 막자는 데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일반 기업(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의결권은 4% 안에서만 행사가 가능하다. 은행은 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거다.

은산분리 재검토 주장이 제기된 건 해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속속 출범하면서부터다. 미국이 시초다. 1990년대 산업자본의 진입을 허용하면서 은행이 분할 소유하거나 2금융권 자회사로 설립하거나 기업, 혹은 합자 구조로 인터넷 은행들이 다수 설립됐다. GM(제너럴모터스) 계열 알리뱅크가 예금은행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금융에 특화된 상품을 속속 내놓으며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일본도 인터넷은행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했다. 2002년부터 종전 5%이던 기업의 보유지분 기준을 20%로 높이고 정부의 승인에 따라 2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있도록 손봤다. 50% 초과도 대주주의 은행건전성 확보 의무를 강화하는 조건부로 허용했다. 여기서 탄생한 게 일본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이 보유한 라쿠텐뱅크 등이다.

유럽은 아예 규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적격성 심사를 자주 실시한다. 영국의 경우 10%, 20%, 33%, 50% 지분 초과시마다 적격성 심사를 받게 돼 있다. 영국 테스코은행이 이런 토양에서 출범해 사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독일의 BMW은행도 인터넷은행의 성공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반기업이 자금(산업자본)을 투입하는 형태의 인터넷은행 도입이 추진됐지만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 모두 무산됐다. 주체와 상황은 달랐지만 결국 은산분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2001년에는 롯데, SK 등 대기업이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했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추진된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일며 결국 무산됐다. 2008년에도 인터넷은행을 설립토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은산분리 규제완화 시도에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2월 케이뱅크가, 8월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카카오뱅크는 특히 출범 초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은행권의 금리 카르텔을 흔들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은산분리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집권여당 내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된다. "은산분리 완화만이 인터넷은행 육성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식의 접근은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과 "규제를 풀지 않고서는 기존 은행의 영향력만 더 확대시켜줄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은산분리 원칙이 존속될 경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증자를 할 수 없다. 산업자본이 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출이 늘어나면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증자를 못하면 이를 맞출 수 없다. 규모가 큰 대출은 취급할 수 없는 반쪽짜리 은행이 된다. 결국 카카오나 KT가 손을 떼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여기서 나온다. 인터넷은행과 사금고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에서 은산분리 규제가 흔들리면 대기업이 은행 소유 움직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특례를 만드는데 대해서도 우려가 읽힌다. 한 야당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든 케이뱅크든 그냥 은행일 뿐이고, 여신 한도로 열풍이 불고 있지만 기존 은행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소비자가 판단한다면 거기서 끝"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등 지엽적 제도를 손보기보다 기본적인 금융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야당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거래가 80%인 상황에서 은행이 지금처럼 점포를 유지하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은행업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는 세계적 추세…IT기술력이 인터넷은행 성패 좌우"

"핀테크의 종합판인 인터넷전문은행은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중금리 대출 등 ICT 기반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며 이는 금융시장의 발전, 금융소비자의 편익 제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등 산업 전반의 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발의한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회 내 은산분리 완화를 찬성하는 이들의 명분은 이른바 '핀테크(Fintech) 발전론'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 운영에 나서야 업계전반에 핀테크 충격을 줄수 있다는 논리다. 기존 은행들도 핀테크 산업에 저마다 뛰어들고 있지만 기존의 금융기업에게만 이를 맡겨서는 변화와 혁신이 더디다는 판단이다.

이에 IT기업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을 통해 은산분리의 핵심규제인 산업자본 지분한도를 현행 4~10%에서 추가로 더 확대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2년전 마스터플랜을 세울 때부터 핵심규제인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현행 4~10%에서 50%로 상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현재 은산분리 관련 법안은 총 5건이다. 크게 현행법인 은행법을 개정하자는 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새로 제정하자는 안으로 나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유 의원안 외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안,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 3건이 발의 돼있다. 정 의원안과 김 의원안은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34%로 확대하도록 하고 있고 유 의원 안은 지분한도를 50%까지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비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IT기술력이 성패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며 "이에 대한 입법적인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특례법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주총에서 특별 결의 기준인 3분의 2가 66.6%니까 반대를 통해 최대주주 이익 침해를 반대할 수 있는 그정도의 권한은 줘야한다"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는 의결권도 현행 4% 아니고 34%까지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과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별도의 특례법 제정이 아닌 현행 은행법을 개정해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50%를 확대하도록 하자는 안을 발의한 상태다. 특례법 제정안과 은행법 개정안이든 강석진의원안을 제외하면 모든 제·개정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주주에게 신용공여를 할수없도록 하는 내용이 함께 담겨있다. 은산분리를 반대하는 이들이 우려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현행법은 대주주에게 신용공여할 수 있는 한도를 자기자본의 25%로 규정하고 있지만 김용태·정재호·김관영 의원 안은 대주주에게 신용공여를 할 수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제정(개정)안에 담았다. 유의동 의원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자기자본의 10%만 대주주에게 신용공여할 수 있도록 대출한도를 대폭 낮췄다.

김용태 의원은 “은산분리 지분과 의결권 한도는 최소 미국수준으로 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15%에서 19%로 상향조정했고 유럽도 원칙상 100% 지분보유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성패의 핵심은 은산분리 아닌 금융권 책임강화"

"핀테크 성패의 핵심은 은산분리가 아니라 금융권 책임강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10일 은산분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제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하는 걸 보호하는 게 육성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봐주기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발상은 이미 10년동안 여러 실험을 통해 (실패로) 결론이 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은산분리 완화 의지를 피력한바 있지만 제 의원은 "여당 내 분위기 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제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 금지가 민주당 당론"이라며 “당내 기류변화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고 은산분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의원들 대다수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여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을 포함해 김영주·박용진·박찬대·제윤경 의원 등 대다수가 은산분리 완화가 성급하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정무위 소속 의원 가운데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골자로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발의한 정재호 의원과 민병두, 최운열 의원 정도만 은산분리완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규제를 완화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양사태처럼 불완전판매로 인한 심각한 소비자 피해를 막자는 취지는 유지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논리다. 이들은 IT기술이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성패를 좌우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현행법으로도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은산분리를 완화해주는 대신 '대주주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 등의 사금고화를 막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제 의원은 "대출건전성 강화는 금융산업이 마땅히 해야할 소비자 보호정책"이라며 "그냥 기업 민원을 갖다붙이면서 억지논리를 만드는 것이라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제 의원은 "금융권 책임강화, 소비자 보호 강화 이게 역설적으로 금융산업 경쟁력 키운다"며 "세계적으로도 소비자보호시스템 구축과 보안강화가 핀테크 발전의 핵심인데 우리는 이를 하지 않고 있어서 뒤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더 강화해야하는데 그것은 은산분리와 관계가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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