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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는 외교통상부 부활과 관련해 "회원·주요 수출기업 87.1%가 산업통상부 존치를 원한다"라는 취지의 설문 자료를 배포했던 민간싱크탱크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에 산업통상부 관료 출신들이 줄줄이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들의 해박한 산업 이해도가 산업계 발전에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업 관련 단체들이 산업부 관변단체로 전락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부 차관 출신이 설립한 단체가 산업부의 방어 논리를 강화시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통상교섭 기능의 산업부 존치가 국익에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24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부 소관 사단법인인 KIAF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 정만기 회장이며, 정 회장은 KIAF 회원 협회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다. 이 밖에도 회원 협회인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 △한국철강협회가 각각 산업부 국장 출신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특히 '외교통상부 부활' 안건을 두고 각종 산업 관련 단체들이 산업부 논리를 대변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측 사안에 밝은 소식통은 "국내 이익단체, 협회와 이해 관계가 없는 쪽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양한 부처 간 이해를 총괄조정 하는 게 낫다"며 "더욱이 의약품, 농업 등 산업부와 특별한 관련이 없는 분야에 대한 통상 교섭에 있어 산업부가 방어 논리를 제대로 펼쳐 주겠느냐"고 했다.
외교부는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0 대 교역국을 보면 2010년은 산업과 통상 기능이 합쳐진 정부조직 형태인 '산업통상형'이 5개국(독일·프랑스· 네덜란드·이탈리아·영국), 외교와 통상 기능이 합쳐진 정부조직 형태인 '외교통상형'이 3개국(한국·캐나다· 벨기에)이었지만 2022년 산업통상형은 2개국(독일·한국) 밖에 없고 외교통상형이 5개국으로 늘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네덜란드(2012), 프랑스(2014), 이탈리아(2020년)가 '외교통상형'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경제·안보가 융합되는 대외환경에 맞춰서 외교통상형이 많아진 것이다.

반면 산업부 측은 "산업계에서 외교통상부 부활 목소리가 높지 않다"며 "외교통상부가 부활할 경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외교·정무적 판단을 중시하는 외교부가 통상교섭 기능을 맡을 경우 산업이 외교에 종속될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KIAF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기계·디스플레이·반도체·바이오·자동차·전자정보통신 등 포럼 소관 협회 16곳 회원사와 주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124개 업체 가운데 87.1%(108개 업체)는 통상기능을 산업부에 존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11.3%(14개 업체)만 외교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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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KIAF 회장은 이와 관련, "OB와 관련이 없고 기업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긴급하게 조사를 한 것"이라며 "양 부처간 의견이 객관적으로 조사가 돼야 했기 때문에 관련 문항수나 문항 내용도 같은 기준에 맞춰 알맞게 한 것이고, 조금이라도 편견이나 영향이 개입되지 않게끔 온라인으로 투명하게 조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