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수위, 산은 간부들 줄줄이 호출…신구 권력 또 충돌

[단독]인수위, 산은 간부들 줄줄이 호출…신구 권력 또 충돌

김남이 기자
2022.03.31 16:02

[the300]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가 현 정권 임기말 인사 문제를 두고 또 다시 정면 충돌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박두선 신임대표를 최근 선임한 것을 두고 인수위가 '공기업 알박기', '몰염치한 처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종의 직권남용으로 보고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산업은행 부행장 등을 연이어 불러 질책했다. 업계에서는 인수위가 군기잡기에 나섰다고 본다. 청와대는 "인수위가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 부행장 등 불러 강하게 질책...청와대 "인수위가 대우조선 사장 자리 눈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1일 정치권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이날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맡은 산은 간부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불러 최근 진행한 대우조선 신임 대표 선임 과정 등을 질문했다. 전날에도 관련 산은 부행장을 불러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인수위는 '임기말 부실 공기업 알박기 인사 강행에 대한 인수위 입장'을 내고 "대우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동창으로 알려진 박 신임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해당 사안이 감사 대상이 되는지 감사원에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이사회를 열고 박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대우조선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분 55.7%를 갖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외형상 민간기업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며 비판했다. 또 과거 문 대통령이 본인이 취임하기 전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을 두고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며 "직권남용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 드린다"며 "인수위가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오히려 대우조선해양 대표 인사에 탐을 내고 있다고 역공에 나선 것이다.

박두선 대표, 대선 전 결정 '공시'까지…산은, 사외이사 선임 작업 중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한다. 지난 9일 대선 이후 19일만, 지난 10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18일만의 회동이다. 사진은 이날 청와대 모습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한다. 지난 9일 대선 이후 19일만, 지난 10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18일만의 회동이다. 사진은 이날 청와대 모습 /사진=뉴스1

인수위는 금융위가 산은에 유관기관에 대한 임기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두차례나 내려보냈음에도 대우조선 대표이사 선임을 진행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우조선과 산은 측은 전임 대표의 임기만료에 따른 정상적인 선임이라는 입장이다. 이성근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이달에 만료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경관위)에서 지난 2월24일 박 대표를 최종 추천했다. 경관위는 2017년 5월에 출범했고 당시 선임된 8명 중 7명이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대우조선은 대선 전날인 3월8일 박 대표 선임안을 포함한 주총 공고를 했다. 현행 상법상 12월 결산법인은 3월말까지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 신임 대표 선임 등은 모두 주총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이번 인사를 알박기라고 규정한 근거를 묻자 인수위 관계자는 "상식이 근거"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구권력의 인사권 충돌에 산은과 대우조선이 유탄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는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과 감사원 감사위원 선임, 선관위원 선임 문제 등을 놓고 연거푸 난타전을 벌여왔다.

또 담당 부행장 등을 줄줄이 부른 것을 두고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과 본점 부산 이전 문제로 인수위 눈치를 봐야할 대우조선과 산은이 굳이 지금 인수위 의견을 정면으로 거스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관기관 인사를 연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산은도 3월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선임 작업을 멈춘 것으로 안다"며 "유관기업과 금융공기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은으로서는 금융위의 인사 중단 지시사항에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이 포함되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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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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