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여야 합의가 또 한 번 불발됐다. 소득대체율 1%포인트(p) 차이가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도 뒷전으로 밀렸다. 여야 국정협의회가 3차례나 열렸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제3차 여야 국정협의회는 불과 30분 만에 끝났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안 가운데 소득대체율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확인되면서 사실상 파행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주장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없이 소득대체율 44%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43% 안은 긍정 검토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드렸고 곧바로 결렬이 선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1.5%다. 생애 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이 대체해 줄 수 있는 돈의 비율을 말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2008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낮아져 2028년이면 40%가 된다.
여야는 지난 6일 2차 국정협의회에서 받는 돈(소득대체율)과 내는 돈(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먼저 진행하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는 추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조개혁을 논의할 때 다루기로 합의한 바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출산율, 기대수명, 경제성장률 등)에 맞춰 연금 지급액과 보험료율(내는 돈의 비율)을 자동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대한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당장 논의하지 않기로 한 발 물러서는 대신 소득대체율의 경우 민주당의 안(44%)보다 1%p 낮은 43%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번만큼은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국민의힘의 안을 받거나 소수점 단위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44%란 수치를 고수하면서 논의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이날 국정협의회에선 상속세 개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였지만 사실상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여야 모두 큰 틀에서는 '부부 상속세' 폐지에 대한 공감대를 이미 형성한 바 있다. 민주당은 현행 최소 10억원(일괄공제 5억원+배우자 공제 최소 5억원)인 공제액을 최소 18억원(일괄 공제 8억원+배우자 공제 최소 10억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고,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경의 경우 당초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를 논의하기로 했으나 추후 열릴 여야정 실무협의회로 미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선고 결과 등에 따라 조기대선 국면이 열리면 추경이 무기한 보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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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국정협의회는 당초 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석방에 민주당이 반발하며 장외투쟁 등 비상 대응체제에 돌입하면서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협의회는) 진행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도 국정협의회 개최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주고 받았으나 물밑 협상 끝에 회동은 진행키로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사법부의 대통령 석방 결정과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는 국정협의회를 연계하는 '협량(狹量)의 정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의회에 참석하겠다"면서도 "정부와 여당이 구체적인 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 개혁 문제와 추경 의제가 연동돼있다"며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43%를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수용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연금개혁까지 논의가 되면 추경도 원활하게 논의할 수 있을텐데 그 부분은 추후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